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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의사가 있는 병원 탐방]
포항세명기독병원, 뇌병원 1주년

  글_이상범 (대한신경과학회 홍보2이사, 서울신내의원 원장)



대한민국의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신경과 의사가 필요한 지역과 의료기관은 더욱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경과 전문과목이 개설된 기간이 길지 않고, 매년 배출되는 신경과 의사의 숫자도 다른 과에 비해 적다 보니,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는 신경과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는 하소연도 듣게 됩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와 같은 정부 기관에서는 치매 등 우리 신경과의 대표적인 질환의 진료에 있어서 신경과 의사가 가장 유능하고 적합한 전문의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지만, 절대적인 신경과 의사의 부족으로 정신건강의학과나 신경외과 의사, 심지어는 한의사까지 우리의 일을 대신할 수 없는지 물어보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신경과 전문의들이 요양병원을 제외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이 갖춰진 급성기 병원의 일자리는 더욱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현재 전국의 정신병원과 응급의료센터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응급의학과 의사를 충분히 고용하여 그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장들은 높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이들 과목의 의사를 어떻게든 구인하려고 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병원장들이 우리 신경과 의사를 반드시 구인해야 하는 경영적/정책적 유인책은 별로 없는 실정인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지방에 일할 신경과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를 무조건 신경과 의사의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한쪽은 신경과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 다른 한쪽은 신경과 의사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상반된 이야기를 하는데도, 지방에 신경과 의사가 2명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5명으로 늘어났고 지역 주민들의 신경과 질환을 해결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병원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바로 인구 50만 포항시의 세명기독병원 뇌병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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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세명기독병원은 1950년 6.25 한국전쟁 중에 개원하여, 지금까지 70년이 넘게 지역사회의 건강에 이바지하며 현재는 24개 진료과에 전문의 126명이 있는 동해안 권역의 가장 큰 종합병원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정형성형병원’과 함께 세명기독병원의 한 축을 이루는 ‘뇌병원’은 2021년 4월 21일 ‘뇌신경센터’에서 확대 개편하여 새롭게 개원하였습니다. 원장인 조상희 신경과 전문의를 필두로 신경과 전문의 5명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등 모두 15명의 관련 전문의가 협력하여 ‘뇌 질환 Total Care’를 표방하는 대구 경북 최초의 뇌병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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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세명기독병원 뇌병원 전경


뇌병원의 구조를 보았더니, 지하 1층에서 지상 12층까지 연 면적 1만1천515.95㎡(3천483.57평)의 규모로, 1층은 뇌혈관센터, 뇌혈관조영실 및 응급의료센터, 2층은 뇌신경센터 및 신경생리검사실, 3층은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와 인지기능검사실, CT실 및 MRI실로 배치하였고, 4층은 뇌재활치료실, 5층은 중환자집중치료실, 6~8층은 뇌병원 전용 병실로 배치해 환자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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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희 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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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원을 이끌고 있는 조상희 원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포항 세명기독병원 뇌병원의 가장 큰 특장점은 각 전문 의료진의 소통과 팀워크이고, 이를 바탕으로 중증 뇌질환 환자들을 빠르게 진단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이뤄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3.0T MRI 4기와 640채널 CT 2기, PET-CT, 혈관조영촬영장비 4기 등 다양한 첨단 영상검사 장비 뿐 아니라, 신경생리검사실에 총 3대의 EMG장비와 VEMP, ANS, VOG/VNG, EEG, Carotid doppler, TCD, Polysomnography 장비를 갖추고 연간 5만 건 이상의 신경생리검사와 인지기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신경과 전문의 5명이 주축이 된 ‘뇌신경센터’는 관련 타과 전문의들과 전문 진단 프로세스를 구축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뇌질환 환자의 병원 방문 단계에서 응급의학과와 중환자의학과가 신경과와 협진을 통한 빠른 대응으로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회복 단계에서 재활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함께 뇌질환 환자의 후유 장애 극복과 심리적인 지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기실의 곳곳에는 신경과를 소개하는 포스터가 걸려있어 찾아오신 환자와 보호자들이 신경과를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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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경센터 의료진


충분한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포항이라는 큰 도시의 지역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신경과 의사 선생님들을 만나기 위해, 휴일을 이용해 먼 거리를 온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자랑스러운 탐방이었습니다. 그래도 인지도가 낮았던 신경과 전문의로서 병원 경영진과 환자들에게 어떻게 인정받았는지, 동료 신경과 의사를 더 고용하는 과정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조상희 원장님께 여쭤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왜 신경생리검사실이 따로 있어야 하고 그에 걸 맞는 장비가 필요한지, 왜 신경과 의사가 2명 이상 더 많이 필요한지 설득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신경과를 찾은 환자들이 만족해서 또 다른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우리 신경과 의사들과 협진 한 후 신경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타과 의사들이 늘어나니까, 나중에는 우리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신경과 의사를 늘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신경과 전문의의 숫자와 일자리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제게는 정답과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신경과 의사들이 주축이 된 포항세명기독병원 뇌병원은 앞으로도 지역 뇌질환 환자들의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뇌병원의 발전이 더욱 기대되고,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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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희 원장님과(左조상희 원장, 右이상범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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