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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의사가 있는 병원 탐방]
서울신내의원: 지역사회에서 신경과 의사로 자리잡기


  글_이상범(서울신내의원 원장)


대한민국은 의학의 발달, 생활수준과 환경의 개선으로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라 치매나 뇌졸중,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계 질환과 말기 암, 만성 질환 환자들은 늘어나고 있으나, 이분들을 어떻게 돌보고 어떤 의사를 만나 도움을 얻어야 할지 환자 가족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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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내의원 전경


제가 운영하는 서울신내의원은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등 신경계 질환, 말기 암, 폐렴, 요로감염, 욕창 등 합병증을 앓고 있거나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저하된 취약한 여건의 환자들을 안전하게 돌봐 드리고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예방적 조치 및 합병증 치료를 함으로써 질병의 치료와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자 세워졌습니다.

저는 공중보건의를 지방의 한 민간병원에서 3년간 신경과 과장으로 지내면서 개업을 꿈꾸고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중보건의를 마치던 2011년 개인적인 인연으로 중랑구 신내동 구룡산 자락의 한 건물을 임대하여 개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요양병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신경과 의사가 잘 볼 수 있는 신경계 질환을 가지고 폐렴, 욕창, 요로감염 등 중증의 합병증이 동반된 환자들을 잘 볼 수 있는 요양병원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도심과의 접근성이 편리한 위치에, 부착형 산소공급기와 흡인기, 인공호흡기와 환자 모니터 장치, 이동형 방사선 기기 등을 구비하여 중환자를 위한 치료 및 관리가 가능하게 입원 병실을 운영하였습니다. 야간이나 주말에도 콜을 받으면서 늘 병원과 떨어질 수 없는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힘은 좀 들더라도 신경과 의사로서 배운 지식과 경험은 제 병원에서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고, 환자 가족분들의 감사와 보람으로 지금까지 병실 운영을 해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개업한 이후로 평일 주간에는 외래 진료가 거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지역 내 요양 시설 촉탁의-지금은 계약 의사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제도가 자리잡으면서 저도 계약의사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졌고, 제가 신경과 의국에 입국할 당시 받은 왕진 가방을 들고 병원 밖 진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역 의사회와 대한신경과의사회 등에서 임원으로 활동하고, 다른 개원의 선생님들의 진료 시간인 낮 시간에 개최되는 관련 회의들에 참석하면서, 대한민국 보건 의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거동이 힘들어 병원을 갈 수 없는 환자들을 시설과 병원이 아닌 집에서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받게 한다는 ‘커뮤니티 케어’ 아젠다가 논의되었고, 2019년에는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중증 신경계 질환 환자들은 상급병원 신경과에서 보호자가 대리 처방으로 약만 챙겨가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저는 방문진료를 통해 이분들을 진료할 수 있다면, 신경과 의사로서 제 지평이 넓어지리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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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내의원 방문 진료


그렇지만 2019년의 방문진료는 의사와 환자에게 모두 어색한 진료 형태였습니다. 제가 방문진료를 가겠다고 해도 환자와 가족들 입장에서는 굳이 의사가 집에 오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가졌었고, 정말 급한 경우에만 영양 수액, 욕창 치료, 도뇨관 교체, 소견서 발급 등의 일회성 진료가 대다수였습니다. 제가 방문진료를 통해 정기적인 진찰과 약물 처방을 권유했지만, 환자가 직접 진료를 받지 않았더라도 기존 병원에서 계속 보호자 대리처방을 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이 방문진료를 변화시켰습니다. 요양병원과 시설에서의 집단 감염, 면회를 할 수 없는 현실, 뉴스 등에서 보도되는 학대 사건들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입원 치료받는 것을 꺼려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집에서 지내는 환자분들의 신청이 늘어나면서 저도 방문진료 건수가 이전 보다 빠르게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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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범 원장의 왕진가방과 캐리어의 모습


거동이 힘들어 방문진료를 받게 되는 많은 환자들은 우리 신경과 의사가 오랜 기간 봐왔던 신경계 질환 환자들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신경과 의사들은 랩 및 영상 검사가 불편한 환경에서도 병력 청취와 신체 진찰, 신경학적 검사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전문과 의사들에 비해 방문진료에 있어서 훨씬 유리합니다. 저는 방문진료를 하는 신경과 의사로서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에는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 중 실적이 많은 의료기관을 선정하여, 추가로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수가적으로도 이득을 얻었을 뿐 아니라, 미래 의료의 한 축이 될 재택 의료 논의에도 참여할 수 있어 정말 큰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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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범 원장


저는 앞으로 더 많은 신경과 의사 선생님들과 함께 재택의료와 방문진료를 확대하고자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보다는 훨씬 바빠진 일상이지만, 지역사회에서 신경과 의사로 자리 잡아가는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은 방문진료의 수가가 일본에 비해 낮고, 의사들의 참여가 저조하며, 서비스 대상자들도 방문진료를 잘 모르는 등 재택의료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신경과 의사가 중심이 된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신경과의사회, 대한재택의료학회, 대한노인신경의학회, 대한노인의학회 등 많은 학회에서 재택 의료와 방문진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더 좋은 여건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재택 의료와 방문진료에 회원님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이상범 원장 기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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