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다원검사실 특화 개원”

글_김주한 원장(굿슬립 신경과)
1. 개원을 생각하신다면…
1978년 서울 의대를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신경과 전공의 수련을 마친 후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로 근무하다가 정년 퇴임 후 2020년 3월 압구정동에 수면다원검사실 운영을 특화로 하여 ‘굿슬립신경과’를 개원했습니다.
학회 활동은 1993년 11월부터 1998년 2월까지 4년 4개월 대한신경과학회 총무이사, 그 후 8년 동안 편집이사, 4년간 용어위원장, 부이사장을 거쳐 2010년-2012년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을 역임했습니다.

2. 교수 생활을 하시다가 개원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1989년 미국에서 연수할 때 미네소타 대학병원의 자매병원인 Hennepin County Medical Center(HCMC)에 수면의학에 대해 배우러 파견 갔었습니다. REM 수면행동장애를 처음 보고했던 Dr. Mahowald, Dr. Schenck가 당시 HCMC에 있었으며 수면다원검사에 대해서 같이 판독(당시에는 종이로 판독하던 시절이어서 용지 두께가 20 cm정도)하면서 비교적 새로운 학문인 수면의학에 대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신경과의 다른 세부 분야에 비해 진단이 확실하고, 치료 또는 해결 가능한 질환(물론 대부분이 수면무호흡증이었지만)이 많아서 흥미로웠고, 환자가 점점 증가하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많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수면의학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대한신경과학회 자학회인 대한수면연구회(나중에 대한수면연구학회로 변경됨) 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 후 2006년에 신경과, 정신과, 내과, 이비인후과가 모여서 대한수면학회를 창설하였고 초대회장으로 역임했습니다.
한양대병원에서 은퇴 후 연장 근무 중이던 2019년 여름 홍승봉 교수, 이일근 원장을 만났습니다. 1) 신경과 개원의가 수면센터를 개설하기 힘든 상태이고 2) 타과(이비인후과, 정신과 등)에서는 수면의학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개원을 하고 있는데 신경과는 너무 소극적이니 신경과학회 원로(?)가 솔선수범해 달라는 요청을 듣고 수면다원검사 특화로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수면의학이 신경과 분야에서도 Blue Ocean 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3. 2020년 3월부터 지금까지 압구정동에 개원을 결정을 하시면서 어려웠던 일이 있으신지요?
개원 준비하는 과정에 COVID-19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고, 진행형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수면검사실을 매일 운영하는 것이 목표인데 COVID-19 여파로 1주일에 3일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COVID-19가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면무호흡증을 포함한 수면장애는 뇌졸중을 비롯하여 신경과 환자들에서 유병률이 매우 높지만 진단율은 매우 낮습니다. 신경과 모든 회원들이 수면장애를 찾아서 수면다원검사를 의뢰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4. 굿슬립 신경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굿슬립’이라는 의원 명칭처럼 수면의학에 특화되어 개설하였습니다. 수면다원검사 위주로 수면검사실 3개를 조촐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한 수면장애 환자는 여러 대학병원, 종합병원, 의원에서 의뢰를 받아서 시행한 후 검사 결과지를 의뢰한 의사들에게 직접 보내주는 형태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화를 하시면 바로 예약이 가능합니다. (02-6015-0109)




진료는 평일은 오후에, 토요일은 오전에 하고 있고,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5. 수면의학의 명의이신 원장님께서 특별한 진료철학이 있으신지요?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환자의 불편, 고통을 빨리 해결해 주는 의사의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님을 역임하신 원장님께서 신경과학회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점들을 주마가편(走馬加鞭)의 마음으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공의 교육이 주 80시간 이내 근무 등 제한에 묶여 전과 달리 운영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제한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전공의 교육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힘을 모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개원의가 점점 많아지는데 신경과의사회와 대한신경과학회가 서로 돕고 발전을 이룰 수 있게끔 학회 운영진들의 소통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한신경과학회에서 시도하는 개원하는 회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신경과학회 학술대회 프로그램도 연구 발표, 최신 지견 등도 좋지만 많은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끔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7. 마지막으로 후학들에게 특히 신경과 의사의 길로 들어선 전공의들에게 멋진 신경과의사가 되기 위한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일반적으로 신경과 의사로서 제일 중요한 시기는 전공의 시절입니다. 전공의 기간 중 자신을 끊임없이 계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환자 위주로 판단하고, 힘들더라도 동료를 위해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바보스러울 모르지만 자신, 의국, 미래를 위해 바람직합니다.
슬기로운 신경과 의사들이 생활하는 곳, 이대서울병원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은 1886년 5월 31일 미국 감리교 지원을 받아 메리 스크랜튼 여사가 우리나라 근대 여성교육의 장을 열었던 이화학당을 창립하면서 동시에 정동에 개설했던 여의사가 진료하는 한국 최초 여성 병원 ‘보구여관’을 뿌리로 합니다. 보구여관을 모태로 동대문병원, 목동병원이 세워져 운영되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의 전신이다.
오랜 역사와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이 큰 도약을 위해 드디어 2019년 강서구 마곡 부지에 이대서울병원을 개원하였습니다. 이대서울병원에는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이 그간 걸어온 길, 나아갈 길을 모두 보여주듯 보구여관을 복원한 한옥 건물과 뒤편의 새 병원 건물이 나란히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대서울병원 신경과는 2019년 2월 6일 이대서울병원 개원과 동시에 진료를 시작하였습니다.
이화여대 신경과의 임상 진료는 1984년 동대문병원에서 시작되어 1994년 이후 명실상부 신경과의 인재들을 키워내는 수련병원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개원하는 병원이 다 그러하듯이, 수련의나 전공의 없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어야 하지만 ‘우리가 한번 역사를 만들어보자’는 뜨거운 마음으로 지난 1년을 뛰어왔고, 현재는 조금씩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병원, 국내 중증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병원, 신경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대서울병원 신경과를 찾아오시게 되면 갤러리를 모티브로 설계된 최신식 건물과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아직 조금은 낯선 3인실의 일반 병실, 젊은 열정적이고 몸을 불사르는 신경과 교수를 포함한 구성원들, 그리고 그들의 ‘전우애’와 다름없는 동료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2019년 2월 개원 시점에서 송태진 교수(뇌졸중, 두통), 이정환 교수(말초신경, 근육질환)가 한 달간 당직 근무를 하면서 신경과 진료 프로세스를 구축하였으며 이후 2019년 3월부터 윤지영 교수(운동장애, 파킨슨병), 우호걸 교수(뇌졸중, 신경중재)가 부임하여 이대서울병원 신경과의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2020년 3월부터는 김지현 교수(뇌전증, 수면장애), 김지은 교수(말초신경, 근육척수질환)가 부임하여 신경과의 분과체계를 갖추게 되었고 강서, 양천, 김포 지역민에게 한층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2020년 4월부터는 조규호 교수(뇌전증, 수면장애), 6월부터는 박무석 교수(뇌졸중, 신경중재)가 부임하여 응급신경계질환환자를 적극적으로 진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이대서울병원신경과 구성원은 6명의 신경과 세부분과전문의(뇌졸중, 신경중재치료, 뇌전증 및 수면, 신경근육질환, 파킨슨병 및 운동장애), 9명의 열정적이고 성실한 PA, 신경심리사 2명, 언어치료사 1명, 근전도검사실 기사 2명, 뇌파검사실 기사 2명, 뇌혈류검사실기사 2명과 외래간호사 2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1명의 신경과 중환자의학 전문의(박진 교수)가 상근하고 있으며, 이대목동병원 교수님들의 외래진료 지원을 받아 치매 및 신경안이과 분과까지 세부 분야에 맞는 보다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하고, 학생 교육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10여 개의 검사실 공간에서 숙련된 인력이 뇌혈류검사, 뇌파검사, 비디오뇌파검사, 수면다원검사, 근전도 및 유발전위검사, 자율신경계검사, 신경인지검사, 운동다원검사, 안구안진검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관련 검사 해석 및 보정, 정도관리를 분과 전문의가 직접 수행함으로써 보다 최신 검사법이 적용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0년 5월에는 병원 10층 독립된 공간에 12병상 규모의 뇌졸중집중치료실을 개소(실장- 송태진교수)하였습니다. 뇌졸중 치료 전문 교육을 이수한 간호사가 24시간 상주하며 상태를 살피고 즉각적인 전문적 치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기 드라마인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배경이 된 이대서울병원에서 슬기로운 신경과 의사들이 드라마보다 어쩌면 더 바쁘게, 뜨거운 열정과 꿈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는 공간으로 초대합니다.

개원아카데미: 신경과 개원 전 알아야 할 개념 정리
글_이상원 원장(하양맑은신경과의원)
신경과 전문의가 개원한다고 하며 막연하게 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 신경과는 개원이 힘들다는 생각 등을 주위의 다른 선생님들을 통한 대충의 정보만으로 판단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사실 주위의 신경과 개원의들을 둘러보아도 컨셉, 규모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개인의 능력, 입지 등에 따라서 개원의 성패는 차이가 많기 때문에 “OO과는 어떻다”라는 식으로 일반화해서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신경과학회보 이번 호부터는 3회에 걸쳐서 개원 아카데미 코너를 연재합니다. 1. 신경과 개원 전에 알아야 할 개념 정리, 2. 신경과 개원 전에 알아야 할 행정/세무 상식, 3. 신경과 개원의로 살아남기의 순서로 신경과 개원의 준비과정부터 운영 방법, 전망 등에 대해서 알아보겠으며, 저는 그중 첫 번째 순서, 신경과 개원 전에 알아야 할 개념 정리를 담당할 하양맑은신경과의원 이상원 원장입니다. 현재 개원한지는 5년이 좀 넘었으니, 개원 전에 준비해야 할 부분들을 아직은 기억하고 있으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개원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 개원을 생각하신다면…
먼저 내가 개원을 생각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꼭 개원을 해야 하나?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개원이 경제적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시간적으로는 굉장히 많은 시간을 진료실에서 보내게 됩니다. 다른 과 선생님들에 비해 신경과 선생님들은 조금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개원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대다수의 개원의들은 토요일도 진료를 하며, 한 시간 정도의 점심시간을 가지면서 평일 오후 6시 30분 정도까지 진료를 합니다. 또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인건비나 임대료 및 4대 보험료(건강, 산재, 고용보험 및 국민연금)로 지출을 하며, 매출이 높아질 경우 상상하기도 끔찍할 정도의 세금을 납부하게 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모든 지출을 감당한 후에 가지게 되는 실수령액은 놀랍게도 봉직의 선생님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또한 중환자들 진료는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의료과실의 위험성은 과의 특성상 결코 낮지는 않은데, 이런 문제는 이제 오로지 스스로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개원은 정년 걱정 없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며, (물론 감당할 부분도 커지지만) 여유가 생긴 후에는 진료시간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도 있고, 진료의 형태, 내용도 혼자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장점도 존재합니다.
또한 스스로의 행동에 따라 사회적인 존경은 오히려 교직/봉직을 할 때보다 얼마든지 더 받을 수도 있으며, 개원을 한다고 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결코 적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개원을 할 때 얻는 점, 잃는 점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부분들도 많으니, 우선 스스로 판단할 때 개원의 목적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의 목적과 잘 부합되는지를 따져 보시기를 바랍니다. 개원은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 원하는 바를 이루는데 다가갈 수 있는 과정일 수도 있고, 장애물이 될 수도 있지만, 한 번 선택하면 되돌리기에는 시간적/경제적 손실이 만만치 않음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 개원의 컨셉 및 장소 정하기


“신경과는 개원의 무덤”, “신경과는 큰 병원에서나 필요하지 개원하면 할 게 없는 과” 등의 얘기는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많은 선생님들이 다양한 컨셉으로 성공적인 개원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신경과는 개원의 무덤”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떤 컨셉으로 개원을 준비해야 할까요? 저는 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형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의원 개원에 대해서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다루는 시간이 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신경과 의원을 준비하시는 분들 중 대학병원에서 주로 진료하는 뇌졸중이나 운동장애 등을 주 컨셉으로 삼고 준비하는 분들은 많지 않은데, 이런 분야들은 개원 준비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거나 의원 유지에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 진료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거나 환자 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분야들은 신경과 개원의들에게도 가장 소중하고 중심적인 진로 영역입니다만, 개원가에서는 살짝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분야일 수밖에 없으며, 많은 선생님들이 어지럼증, 두통, 말초신경 및 통증이나 치매 분야를 주 컨셉으로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막상 개원을 한 후에 생각했던 것과는 흐름이 달라서 주된 진료영역을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내가 주로 무엇을 중심으로 진료할지를 결정한 후에 개원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좋은 방법입니다.
대도시의 중심가에서는 두통, 어지럼증 등을 표방하기도 하고, 통증을 전면에 내세워서 개원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통증이나 치매를 주 영역으로 하면서 만성질환 관리도 함께 하는 선생님들도 계십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먼저 확실한 타겟을 정하고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중소규모 도시의 외곽지에 개원하고 있는데, 농촌지역의 노인층과 신규 아파트의 젊은층, 그리고 근처 대학가의 대학생들이 모두 주 환자군에 될 수 있는 독특한 지역입니다. 특정한 한 부분을 주된 진료 영역으로 표방하지 않고 일반적인 신경과 영역과 만성질환, 그리고 통증 영역 모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5년 이상 진료하다 보면 어느 정도 주된 환자군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보이기도 하는데,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이 가장 많고, 어지럼증과 두통, 통증, 만성질환의 순서로 환자군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한 가지 분야를 주된 진료영역으로 표방을 한다면 아무래도 그 외 분야의 환자는 다소 줄어들 수밖에 없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한 분야에 지나치게 특화 시키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계획이 어긋나서 수정을 하게 된다면 처음 개원을 준비할 때의 공간 배치, 장비 선정, 직원 채용 등이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장비 업체나 개원 컨설팅 업체를 통해서 일괄적으로 장비를 구매하고 입지를 결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이렇게 시작을 해도 성공할 수 있지만, 업체들의 목표는 원장님의 성공이 아니라 장비의 판매 또는 부동산 계약의 성사라는 점을 꼭 인지하셔야 합니다. 반드시 개원을 원하는 장소 주변에 낮에도 가 보시고, 밤에도 가 보시고, 몇 시간씩 관찰하면서 사람들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주위의 인구 구성은 어떻게 되며, 낮 시간에 유동인구는 얼마나 되는지, 주위의 내과는 몇 개이며, 대략적인 환자수는 얼마나 되며, 만성질환자는 몇 명이나 되는지, 이비인후과는 몇 개이며, 어지럼증 진료는 어떤 형태로 하고 있는지, 정형외과나 마취통증의학과는 몇 개이며 통증 진료는 어떤 형태로 하는지, 도수치료는 하고 있는지 등도 고려해 보셔야 합니다.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 등은 신경과 개원의 기본적 항목입니다. 그런데, 만약 내가 만성질환 진료를 대단히 공격적으로 한다면 근처 내과에서 의뢰하는 당뇨병 환자의 신경전도검사는 기대보다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물리치료실이나 통증치료에 주력한다며 정형외과, 신경외과 또는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신경전도/근전도검사를 의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 상황에 맞게 검사에 주력할지 치료에 주력할지도 신중히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듯 개원의 컨셉과 장소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좋은 장소라고 생각되는 곳이 몇 군데 있다면 지역의 특성에 맞는 컨셉은 어떤 것이 있을지 잘 검토한 후에 내게 가장 적합한 장소가 어디인지를 결정하면 됩니다. 컨셉을 고려해서 장소를 정하셨다면 계약 전에 꼭 확인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건물 또는 건물주나 기존 입주 영업장의 특성상 간판 부착에 제약은 없는지, 엘리베이터에 접근 가능한 경사로가 없어서 휠체어 출입이 안 되는 구조는 아닌지. 가까운 주차장은 어디인지 등입니다. 특히 1층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님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앞에 지하차도나 고가도로가 있는 건물의 1층이거나 무성한 가로수로 인해 맞은편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1층은 오히려 고층보다 훨씬 나쁜 입지일 수도 있습니다.
3. 개원을 위한 인테리어 및 장비 선정

누구나 다 새 집을 사게 되면 멋지게 꾸미길 원하고, 새 병원을 개원한다면 근처에서 가장 멋진 인테리어를 하고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의 능력이나 추구하는 바에 따라서 결정하시면 되기 때문에 따로 말씀을 드릴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공간의 활용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정말 후회하는 부분과 안도하는 부분이 있어서 잠깐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개원을 준비하면서 실평수 50평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넉넉하게 60평인 건물을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점차 환자 수가 늘어나고 하고 싶은 것들도 많아지면서 지금의 의원은 턱없이 좁습니다. 물리치료실도 공간이 많이 부족하고, 주사실 베드도 너무 적습니다. 뇌파검사기를 넣고 싶습니다만, 공간 문제로 구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기실도 여기저기 의자들을 넣다 보니 점차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해 갑니다. 그러나, 더 큰 건물로 옮기려고 해도 처음 시작할 때 인테리어 등 준비 과정을 생각하니 너무 끔찍해서 결국 이 건물에서 5년 계약을 연장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시작하는 과정부터 미리 조금 넉넉한 공간을 확보해 두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개원을 준비하면서 많은 원장님들께 조언을 받았던 부분이 창고는 무조건 최대한 넉넉하게 마련하고, 진료실에서 곧장 통하는 공간에 전용 휴게실과 화장실을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많은 문서들이 전산화되었지만, 아직도 종이 상태로 보관해야 하는 문서들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습니다. 병원 내에 자투리 공간에는 무조건 문서를 보관할 수 있는 수납장이나 창고를 만드시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는 대구 두신경과 한병인 원장님의 조언으로 창고 두 개 및 각 검사실마다 별도의 상부장을 만들어서 각 검사실별로 결과지를 보관하고 있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우리가 집보다 더 오랜 시간을 머무는 장소가 바로 병원입니다. 진료실의 한 쪽에 별도의 방을 만들어서 충분히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십시오. 제가 알고 있는 어느 재활의학과 원장님께서는 방음장치를 잘 갖춘 방을 마련해서 자투리시간에 색소폰을 연주하는 분도 있습니다. 또 암실을 만들어서 직접 사진 인화를 하는 분도 있고, 카페보다 더 좋은 커피를 자신만의 공간에서 드립해서 드시는 분도 있고, 최고급 리클라이너에서 휴식을 취하는 분도 있습니다. 잠깐의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은 하나 꼭 마련하시고, 환자나 보호자와 마주치지 않는 나만의 화장실은 당연히 하나 갖추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꼭 장소 선정시에 이런 부분들까지 고려하셔서 넉넉한 곳으로 결정하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마지막 부분은 장비 선정에 대한 부분입니다.


주력으로 진료할 분야가 무엇인가에 따라 필요한 장비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어떤 장비를 꼭 구입하시라고 추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새로운 마음으로 나만의 공간에서 진료를 시작할 때에는 최고로 좋은 시설에서 시작하고픈 마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만, 저는 주력으로 진료하는 분야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좋은 장비로 시작하시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중고 장비로 시작하시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생각보다 활용도가 떨어져서 투자비용도 못 건지는 장비가 생길 수도 있고, 처분을 하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개원 초기에는 투자비용 덕분에 납부할 세금이 많지 않지만, 안정적으로 병원이 정착될 경우 일반적으로 개원 2년 후부터는 세금이 점차 늘어나게 됩니다. 이 때 생각보다 활용도는 높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장비를 교체하시면 비용처리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확신이 없는 장비는 중고로 구입하거나 구입을 미루고 좀 더 관망하시다가 결정하시는 것이 괜찮은 방법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 드리면, 가장 활용도가 높은 장비에 지출하는 것 아끼지 마십시오. 내가 사용하기 가장 편리하면서 어디에나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것을 선정하셔서 병원홍보의 간판격으로 사용하시면 우리 병원은 최고의 장비를 사용하는 병원이라고 소문이 날 수 있습니다.
개원을 고려하고 있으신 선생님들께…


개원에 대한 조언은 정말 해드릴 말씀이 방대하면서도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참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핵심적인 내용들은 말씀드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쉬운 점들이 많이 보입니다.
오늘 제 글과 앞으로 연재될 글들이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고, 성공적인 개원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