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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탐방

천안 두신경과의원_신현길 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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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연구와 진료를 매진하셨다가 천안에서 개업하셔서 명실 상부한 충남 신경과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계시는 천안 두신경과 신현길 원장님을 인터뷰하도록 하겠습니다.


1. 원장님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1983년 충남의대를 졸업하고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에서 신경과 수련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신경과 대학 수련병원이 전국에 6~7군데였습니다.) 그 때, 저는 신경과의 첫 전공의 1년차였고 그 당시 책 외판원이 가져다준 신경과 책이 저와 신경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당시 서석조 순천향대학교 이사장님이 주임교수로 먼저 한양대 김명호 선생님께 위탁교육을 받도록 배려하여 6개월간 파견근무를 하였는데, 한양대학교병원에서도 첫 전공의 1년차였습니다. 다시 귀원하여 일반내과를 6개월 연수하고 2년차 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선우일남 선생님께 6개월간 주치의 생활을 하고 2년차 후반부터 순천향대학으로 부임하신 이광호 선생님(전, 삼성의료원 주임교수)에게 수련을 받았습니다. 당시 타 병원근무가 힘들었지만 여러 선생님들과의 만남은 나중에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공중보건의로 서울대 정신과 수련병원이었던 용인정신병원에서 3년 있으면서 많은 만성 질환과 정신과 지식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습니다. 1990년에 순천향대학 천안병원에 신경과를 개설하고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첫 개설이라서 여러 힘든 일이 있었지만 10년간 있으면서 스텝을 3명까지 증원하게 되는 큰 성장을 하였으며 1996년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메디칼센터의 Dr. Caplan 교실에서 1년간 뇌졸중 임상 연수를 하였습니다. 한국 뇌졸중학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임상 뇌졸중학자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에서도 존경하게 된 분을 만난 것은 제 인생에 큰 영광이었습니다. 이후 2000년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개원 후에는 신경과의사회 회장, 지역의사회 임원 등을 역임하고 현재는 충청남도 의사협회 부회장, 대한노인의학회 부회장, 의협 KMA policy 법제윤리분과 전문위원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2. 교수 생활을 하시다가 개원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그리고 현재까지 오시면서 어려웠던 일이 있으신지요?


한 직장에서 장기간 있다가 진로를 바꾸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1997년도에 IMF 사태로 당시 한국경제가 복잡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전에 친지 재정보증을 섰다가 IMF 사태가 오면서 인생 진로가 바뀌었습니다. 봉직의로는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 상황변화로 어떤 준비도 없이 2000년 2월 개업을 하였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후배님들께서는 누구라도 재정 보증은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랜 사회 경험에서 나온 충고입니다. 개업 7일 만에 의약분업 문제로 병원 휴업 투쟁이 일어나 문을 닫고 얼마 후 또 닫았을 때 정말 마음고생하였습니다. 1년여 지나서는 진찰료, 조제료 통합으로 신경과를 포함한 내과계 외래가 날벼락을 맞았지요. 하루아침에 병원 매출의 40%가 없어졌습니다. 국가 정책의 변화에 국민 몇 명 다치는 것은 다친 사람만 힘들지 그 누구도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병원 운영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저는 신경과 전통적인 진료를 하였는데 지나고 보니 거의 1년 이상 적자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미리 알았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신경과 수련 항목이 적었고, 대학에서 오래 재직하면서 전공 질환 이외에는 관심이 적었던 것이 문제의 원인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준비되지 않은 채 개업을 했던 거지요. 또한 신경과 개원의, 봉직의(개봉의)들이 어려움이 있으나 인원수가 적었고, 조직화되지 않아서 신경과 개봉의들이 어려움을 논의하거나 하소연할 곳이 없었습니다. 당시 이런 힘든 과정을 여러 신경과 개봉의들과 같이 극복하기 위해 만든 것이 현재 신경과의사회의 전신인 신경과 개원의 협의회였고 2001년도 가을부터 모임을 준비하여 협의회를 만들었고 6년 전 ‘대한신경과의사회’로 개명하였습니다.


3. 신현길신경과로 시작해서 병원 이름을 두신경과로 바꾸시고 현재는 원장님 포함해서 3명의 신경과 전문의가 진료를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병원 소개와 같이 일하시는 선생님들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파트너로 같이 진료하는 분들은 양재훈 원장(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수련), 권준우 원장(단국대, 단국대병원 수련)입니다. 양재훈 원장은 진료도 꼼꼼히 하고, 환자를 본 자료나 의학적 지식을 완벽히 정리·보관하여 지난 10년간 함께 진료하면서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권준우 원장은 홍성의료원에서 15년 봉직하고 약 1년 전 합류하였는데 두통에 관한 책뿐 아니라 다른 여러 책을 발간하기도 한 작가이면서 파워 블로거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병원 직원은 정간호사2명, 간호조무사 2명, 임상 병리 기사 3인으로 모두 장기간 같이 일한 베테랑들입니다. 병원 시설은 MRI 같은 장비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신경과에서 하는 대부분의 검사 장비는 갖추고 있습니다. 내원 환자의 질병 분포는 거의 대학 병원 외래와 비슷합니다. 하루 150~200명 정도의 환자를 보고 있고 특히 새로운 신환이 하루 15~30명정도로 비교적 바쁘게 움직입니다. 직원들은 주 5일제 40시간 근무를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으나 스텝들은 사실 휴식이 모자란 상황입니다. 언젠가 4인이 하면서 주중 하루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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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신현길, 양재훈, 권준우 원장

4. 두신경과의 장점, 타신경과와 다른 두신경과만의 차별점이 있나요?


가능한 좀 어려워도 신경과 영역에서 배운 범위 내에서 진료하자는 것이 저희 병원 진료 방향입니다. 그래서 주사, 통증, 비만, 미용치료 같은 분야는 거의 없고 정통적인 두통, 어지럼, 뇌졸중, 치매, 운동성질환 등이 대부분입니다. 대부분의 신경과 질환 진료가 그러하듯이 병력청취, 진찰, 설명 등으로 시간이 많이 소모되나 이러한 진료방식이 진정 환자들이 원하는 진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이것이 밑받침 되어 저희 병원에 많은 새로운 환자들이 계속해서 찾아오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20년 전의 개업 초기와는 달리 차츰 신경과 진료영역이 넓어지고 개업가에서 할 수 있는 검사 항목들도 늘어나면서 현재는 정상 괘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세대·진료경험이 다른 3명이 진료를 하다 보니 질병에 대한 궁금증이나 병원 경영, 기타 의료계 정보에 대하여 서로의 견해를 이야기하는 기회가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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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 두시경과의원 검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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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 두신경과의원 외래대기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희 병원은 타 병원과 차별 점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신경과의원 만의 중요 요인이 몇 가지 있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병원마다 환자가 많냐, 적냐를 결정짓는 성공 요인은 의사가 환자에 대해 얼마나 정성을 쏟느냐와 함께 환자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하려는 의사의 노력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재방문하고 싶은 병원 또는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저는 기본적인 의학 실력과 함께 의사 개인의 사회성이 병원 운영에 성패를 가른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분야든지 좋은 사회성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가장 중요한 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병원 진료에서는 개업가보다도 의사의 사회성이 많이 중요하지 않은데, 그 이유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대학의 네임밸류 또는 병원 시설을 보고 오기 때문에 특별하게 평가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업의사는 전혀 다릅니다. 진료받는 환자뿐 아니라 주위 친구, 이웃, 동료 의사 등에 의하여 모든 면을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이 평가가 바로 개업 성패를 좌우한다고 봅니다.

의학적인 진료 기본은 유학시절 Dr. Caplan 께서 말씀해주신 평범하지만 중요한 진료 기본으로 1. Don’t stop patient’s talking 2. Touch patient’s body 3. Do you have any question? 이었습니다. 현재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점은 있으나 미래의 진료 방향이라 판단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약을 적게 쓰고 가능한 끊어주자, 중한 환자는 퇴근 전에 다시 연락해 보자, 이상 혈액검사 소견은 전화로 먼저 연락하자, 대학 3차 진료는 가능하면 전공 교수를 소개·예약해주자, 지역 의사회에 꼭 참석하고 타 병원 의사와 친교를 갖자 등등을 주로 후배 원장에게 이야기하고 가능한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환자에 대한 좋은 인상 갖기, 환자와의 대화 시 필요한 언어기술 같은 것도 서로 공유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정성을 환자들이 이해하고 있고 다시 찾아오고 있는데, 이것이 최신 장비, 시설보다 더 중요한 우리 병원의 큰 장점이자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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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와 머리형상을 표현, 대구 두신경과와 공동특허 로고

           

5. 원장님이 주로 관심 있어 하시는 분야와 특별한 진료철학이 있으신지요?


대학에서는 뇌졸중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현재는 흔한 혈전용해술, 경동맥수술을 98년도부터 시행하고있습니다. 개업 후에는 사실 어떤 환자를 봐야하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간판만보고 오는 모든 환자를 다 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솔직한 말씀으로 지금은 신경과 GP 가 되었습니다. 하루 30명 넘게 진료하게 된 것이 개업 6개월 넘어서였고, 그런 마음고생 후 저를 찾는 환자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기에도 현재 흔히 보는 환자들이 그때도 있었는데 왜 그렇게 모든 것이 어려웠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실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매일 film에 나오는 질환을 중심으로 대학병원에서 10여 년간 진료하다 보니 film에 안 보이는 질환에 대한 접근을 잘 못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환자가 알고 싶은 내용과 의사가 흔히 환자에게 하는 말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환자와의 대화가 있습니다. 개업 후 얼마 안 되어서 오랫동안 진료한 뇌졸중 반신마비 환자가 외래를 왔는데 저는 그동안 검사한 혈액검사 결과, 혈압, 운동, 체중 등등을 열심히 이야기해드리고 만족스럽게 있었는데 그분이 문을 열고 나가다가 다시 들어와서 앉아서 하시는 말씀이 ”신원장? 나 혹시 비아그라 먹어도 되나?”였습니다. 수년간 F/U 하면서 외래에서 오늘과 같이 진료하였는데 이분 생각과 제가 달랐던 것이지요. 사회복귀를 원하는 환자에게 매번 의학적 재발방지만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래서 진료 말미에 ‘Do you have any question?’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대부분 의사는 환자에게 약 복용을 권하고 여러 문제로 방어진료에 힘쓰지만, 환자는 약을 먹기 싫어하고 자기의 병을 의사가 주도적으로 자신 있게 진료하기를 원합니다. 처음 개업 후 환자가 없을 때 진료를 하면서 수입을 올리기 위한 여러 꼼수도 생각해본 적 있지만 마음이 무겁고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마음 편하게 진료하자는 생각으로 환자를 대하니 환자가 더 늘어났습니다. 가능한 약을 끊거나 적게 복용하게 만들고 타 병원에서 진단한 질환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것이 위에서 말씀드린 여러 내용과 함께 제 작은 진료철학의 하나입니다.


6. 워낙 천안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원장님 병원이라서 환자 진료로 힘드실 텐데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원장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신지요?


사실 저는 신경과의 첫 전공이었던 만큼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첫번째로 과를 개설하는 상황부터 지금까지 개척자와 같은 자리에서 나날을 지내왔습니다. 멘토를 갖지 못하였고 과, 병원, 학회를 만들다 보니 솔직히 스트레스도 많았고 충분한 휴식도 없었습니다. 학창시절 운동하는 것은 다 좋아했지만, 특히 개업 후에는 거의 병원, 학회, 지역사회생활에 끌려 다니느라 운동도 소홀히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자식들 다 결혼시키고 나이 60을 넘다 보니 요즘은 burn out 된 느낌입니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하지만 새로운 인생 목표를 설정하고, 인생을 즐기는 것을 찾는데 1~2년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후배 선생님들은 인생 후반기에 가질 수 있는 여러 스트레스 극복에 신경을 쓰면서 70~80까지 의사생활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 Dr. Caplan을 미국에서 뵌 적이 있는데 80이 넘으셨는데도 불구하고 책도 쓰시고 환자도 보시는 것을 보니 부러웠습니다.


7. 학회 활동도 열심히 해주시는 원장님. 항상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신경과학회나 후배 신경과 의사에게 바라는 점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경과 학회는 40년 역사를 지나면서 국내외적으로 인정받는 학회로 성장하였습니다. 타과보다 짧은 역사에 이러한 위치를 가진 학회는 없을 것입니다. 요즘은 학회가 과거에 비하여 개봉의 회원(개업의, 봉직의)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만 과거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초기에 신경과 개원의 모임을 만들었을 때는 학회의 개봉의에 대한 무관심이 밑바탕이었지만 학회, 의사회, 의협 활동을 하면서 보니 각 직군은 스스로 자기 앞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지 타인에게, 타 단체에게 본인들의 문제를 맡기는 것은 잘못된 것임을 알았습니다. 개봉의들이 교수들의 문제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듯이 교수들도 이전과 달리 직장 내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 타 직군을 신경 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신경과 학회는 학회대로, 신경과 의사회는 의사회대로 열심히 발전시키고 일이 중복되는 분야는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협조하는 관계가 필요합니다. 학회에 한 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전공의 교육 때 준종합, 개원가, 요양병원 같은 곳을 며칠씩만이라도 연수 받게 하고, 의료보험에 대한 교육과 심평원에 대한 교육을 받았으면 합니다. 모든 의사들이 의료보험 안에서 진료하고 대부분 개봉의로 나가지만 대학병원 진료 교육으로 편중되어 있어 전문의 취득 후 사회적응 하는데 힘들고 많은 정신적,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학회 기간이라도 필수적인 보험교육, 개원교육 비중을 높여서 전공의뿐 아니라 교수들도 말단 의료현장 지식을 습득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후배님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은 위에서 말씀드린 사회성 개발입니다. 1년여 전 가족이 아파서 대학병원에 입원하였는데, 놀랍고 창피한 일은 2명의 전공의를 만났는데 모두가 명함을 주는 제 손이 부끄럽게 의자에 앉아서 한 손으로 명함을 받고서는 책상 위에다 놓으며 본인 소개도 없이 자신의 할 말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필히, 기본적인 의학지식 공부와 함께 인간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기본 사회성 개발에 힘쓰십시오. 성숙한 사회성 없이는 어떤 위치에서도 성공할 수도, 존경받을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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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탐방

정슬기신경과의원_정슬기원장님



1. 원장님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정슬기신경과 정슬기 원장입니다. 현재 서울시 강동구에서 개인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개 큰 중소병원급 의원이나 아주 운영 잘 되는 곳을 기사에 싣던데,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다소 당황했습니다만, 저의 소소한 이야기도 도움이 될 만한 분이 계실 수 있겠다 싶어 응했습니다.



2. 개원시장에선 좀 어려운 뇌졸중을 전공하셨고 대학생활 및 교직생활도 호남에서 하셨는데 개업, 그것도 서울 강동에 개업하신 까닭이 궁금합니다.



2010년 해외연수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가족이 서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후 전북대가 있는 전주에서는 혼자 지내며 주말에 서울을 오가는 주말부부 생활을 했습니다. 참고로 저와 아내는 아들 삼 형제를 키우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자녀들 키우기 좋다고 해서 강남구 대치/도곡동에 살았습니다. 집 근처에서 개업하기는 꺼려져, 출퇴근 적절한 곳이면서 신경과 낙후지역을 물색하다가 천호동이라는 곳에 머물게 됐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출신의 동생 병원이 근처에 있는 것도 한몫했습니다만, 개원 얼마 후 동생 부부는 뉴욕으로 갔고, 지금은 그곳 의사로 자리 잡아 이곳에는 저만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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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로 보시는 질환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통증 (두통, 목/허리/어깨/다리 통증)과 어지럼증을 주로 보고 있습니다. 뇌졸중, 혈관 질환, 또 다른 신경계 질환자분들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 중심의 진료를 계획한 건 아닙니다만 통증과 어지럼증 분야는 환자분의 피드백이 빠르고 입소문도 쉽게 퍼지는 특성이 있어 자연스럽게 환자 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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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분야에 관해서는 신경과 수련을 마치고 공보의 기간부터 개인적 관심으로 통증을 공부하고 자료들을 꾸준히 축적해 놓았습니다. 대학병원 진료 시에도 IMS needle을 비치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시술을 하곤 했습니다. 통증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제 몸이 부실해서 여기저기 아팠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 꾸준히 운동하기보다는 대회가 있으면 팀을 급조해서 메달만을 노리는 벼락치기 운동을 하곤 했는데, 그런 운동 습성이 몸에 배었는지, 이후에도 간혹 무리하게 훈련하곤 했고, 어느 순간부터 어깨와 무릎이 아파, 비라도 오는 날이면 쑤시고 아파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그간 열심히 제 몸에 실습(?) 한 덕분에 지금은 거의 통증이 없습니다만, 이런 경험은 환자분들의 통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또 이를 극복해보고자 노력하는 원동력이 된 듯합니다.


4. 교수로서 의사 생활과 개원의로서의 생활은 아주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힘들진 않으셨나요? 교수 생활이 그립진 않으신지요?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2016년 갑작스러운 저의 퇴직으로 혹여 마음이 상했거나 언짢으신 분 계셨다면 지면을 통해서나마 사과드립니다. 모든 것이 제 부덕함이라 생각합니다. 그분들께 위로를 먼저 전해 드리고 글을 시작할까 합니다.

진료와 연구 및 기타의 관점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진료의 관점입니다. 의료 이외 분야에서는 교수직을 그만두는 순간,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만 의사는 진료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없는 편입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제일 오래 일해온 분야로, 내재된 어려움도 잘 이해할 수 있고, 이런저런 다양한 경험이 축적된 전문 의료 행위를 장소나 환경은 바뀌어도 계속할 수 있다는 건 실로 큰 혜택입니다. 대학병원 교수직을 하면서 다양한 경·중증 환자분들을 보았기 때문에 그 깊이나 폭이 깊고 넓을 수 있습니다. 오랜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개원하여 일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 짧은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교수 출신으로 부족한 게 있다면 무엇보다 비즈니스 개념의 부족입니다.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걸 개업하고서야 알았고, 시간이 흐르며 극복이 쉽지 않은 매우 큰 약점이란 걸 더욱 깊게 느낍니다. 아무리 진료를 잘해도 의원을 찾는 환자분은 의료 서비스 전반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면 비즈니스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진료 영역을 개원환경에 맞추고, 환자분들을 고객으로 생각하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기본에 자리 잡아야 개원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연구 및 기타 관점입니다. 교수직은 연구/행정의 연속입니다. 교수로 있는 동안은 항상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중심에 자리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학생관리, 학회나 교내/원내 보직 활동 등이 많은 시간을 채웁니다. 개원을 하게 되면 여러 환경이 변하며 연구나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교수직을 벗어나야 가능한 일도 있습니다. 현재 국립대 교수는 공무원 신분으로, 본인 이름으로 회사를 창업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는데 (아직은) 본인 외에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경우라면, 창업이라도 해서 기술을 유지하며 계속 연구, 개발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빛도 보지 못하고 서서히 사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연구에 매진하던 교수님들이 개발해 놓은 훌륭한 기술들이 그렇게 사라진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2008년 해외연수 시기부터 혈관에 닿는 혈류의 힘, 즉 전단응력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연수 기간 동안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관련된 기술을 익히고 체득했는데, 귀국 후 임상현장에 적용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느끼고 절망감이 컸습니다.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느꼈고, 2010년 후반부터 오랜 시간을 투자한 끝에 TOF MRA를 이용하여 혈관벽 전단응력을 도출하는 방법을 개발해냈습니다 (특허명: TOF-MRA를 이용한 혈류특성 및 MR-신호강도구배 (전단율) 유도방법, No 10-1373563, 관련논문: Biomed Res Int 2017: 7087086). 특허를 내고서 일부 MR회사 엔지니어가 방문하는 등 접촉이 있었지만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나니 연관된 많은 기술을 계속 개발해낼 수 있었는데 (특허 6편), 이 기술들이 아이러니하게 저를 다른 방향으로 내모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즉, 기술 개발하느라 몇 년이 지나는 과정에서 특허거래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걸 알게 됐는데, 문제는 이 기술들을 맡아 키워줄 이도 없고, 개발자는 국립대 교수직에 묶여 있어 회사 창립도 안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심적 갈등을 갖고 지내다가, 지난 2016년 퇴직하고, 2018년 1월 기술 기반 회사인 ㈜ 메디이미지(Medi Image, Inc.)를 창업하였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기술을 논문으로 소개하고 훌륭한 분들과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연구결과물이 출판되고 있습니다(Stroke 2020:51(3);775-783). 언젠가 연구를 넘어 많은 신경과 선생님들께서 임상현장에서 직접 사용하는 진료 수단이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개원 초기, 넘칠 정도로 여유(!)로운 진료 시간에 ‘아, 이게 뭐지, 방향을 맞게 잡은 것인가’하는 자괴감도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슬기신경과는 온전히 시간과 공력을 바쳐 일할 수 있는 터전이고, 또한 새로운 사업의 모태이기도 합니다. 교수 재직 시에 개발한 기술을 계속 연구하며 상용화를 위해 오직 앞만 보고 달리며, ‘stay foolish, stay hungry’할 수 있기를 항상 스스로 다짐합니다. 지금은 개원의로서 ‘진료’와 ‘기술 개발 및 관련 임상 연구’에 열중합니다.


5. 원장님 병원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정슬기신경과는 2016년 9월에 개원하였고, 강동구 천호동 성당 맞은편 한양메디스퀘어 4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슬기신경과’라는 이름으로 제가 교수로 활동하던 곳이 아닌 ‘서울’에 개원하고 보니 처음 드는 생각이 ‘아, 몸은 교수로 있으면서 개업 생각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준비가 부족했다는 걸 그제서야 느꼈습니다. 대학병원에서는 뇌졸중, 치매가 주 진료 파트였는데, 막상 개원하니 어지럼증, 두통 등이 주된 환자군이었고, 통증도 매우 다양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개원 초기에는 찾아주는 환자분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 많은 시간, 자괴감을 뒤로하고 어지럼증, 말초신경병증, 통증 등에 대해 다시 책과 씨름하며 실전용 지식을 정립하고자 애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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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슬기 신경과 대기실 전경


개원 초기, 주된 진료 영역은 ‘통증’분야였습니다. 신경과의 특성을 잘 알고 진료를 청하는 분은 간혹 계시는 정도였고, 대개는 이곳저곳에서 통증 치료받았던 경험을 갖는 분들이 ‘여기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고자 방문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오랫동안 아팠던 증상을 치료받고 개운해하시는 많은 환자분들을 보면서 저 자신도 위로가 되곤 했는데, 그분들이 주변의 비슷한 통증 환자분들을 끌어오는 역할도 하시더군요. 4년째에 접어드는 지금, 이제 신경과 각 분야별로 환자분들이 다소 늘었습니다. 아울러 통증 환자분들도 더욱 늘었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일반 신경과 환자분을 보면서 또한 통증을 진료 영역에 추가하는 건 상당한 상승효과가 있습니다. 통증 영역은 진단과 치료만 적절하다면 짧은 기간 내에 호전을 경험할 수 있어 임팩트가 강하고 개원가에서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라포(rapport)형성에 도움이 됩니다. 통증에서 가장 많은 부류는 요통, 경추통, 어깨/손목/발목/무릎 통증 등이며, 적지않은 신경과 환자분들이 이미 만성화된 통증을 한 두 가지씩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신경과 환자분들은 많은 경우,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짊어지고 가려는 통증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분들 중에 ‘혹시 이런 경우도 치료될 수 있을까요?’라는 말을 꺼낸 경우는 치료 의지가 있는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께 ‘어디로 가십시오’라는 말보다 ‘네, 여기서 치료하시지요’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놓칠 수 없는 장점입니다.

“저희 정슬기신경과는 뇌졸중, 혈관위험인자, 치매, 어지럼증, 두통, 이명, 전간증, 운동질환, 말초신경병증 등과 함께 근골격계/신경계 통증을 함께 치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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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원장님 병원의 특장점에 대해서 마음껏 말씀해주세요.


개원을 결심할 즈음, ‘진료의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할까’ 고민을 하던 중 제자이자 후배 교수의 카톡에서 마음을 흔드는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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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치료하고, 종종 진료하고, 항상 위로하라’
- 히포크라테스-

           


그간 정확한 진단, 치료에만 신경을 써왔지 환자분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었던 저는 위 문구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며칠을 ‘항상 위로하라’는 게 무얼 의미할까 곱씹어 보았습니다. 며칠간 고민해봐도 무슨 의미인지 정말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환자분들께 ‘위로’가 될만한 말을 찾아서 해보자고 마음먹고 실천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말들이 찾아지더군요.

“~ 힘드셨겠어요”
“~ 이런 상황인데도 참 대단하십니다”
“~ 정신력이 좋으십니다”
“~ 저보다 더 건강하십니다” 등등

교수로 지내던 동안에는 절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던 말들이었습니다. 지난 4년간 ‘위로’의 훈련을 통해 저 자신도 개과천선한 것 같습니다. 신경과를 운영하는 분들이라면 많은 검사 장비를 갖추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정슬기신경과도 뇌파, 신경전도/근전도, TCD, 초음파, 청력검사, 전기안진검사, rTMS, 물리치료실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경쟁력이 될 수는 없다 생각합니다. 저희 정슬기신경과의원의 모토이자 진료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적의 ‘치료’와 적절한 ‘위로’를 함께 찾아 드리는 정슬기신경과”


7. 진료 외 시간에 원장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무엇인가요?


걷기와 음악입니다. 집 옆으로 흐르는 양재천을 참 좋아합니다. 그 길을 따라 걷는 걸 좋아하고, 사계절의 변화를 보는 걸 즐깁니다. 음악은 듣는 것, 보는 것, 하는 것 모두 좋아합니다. 교회 성가대 테너 솔리스트를 하면서 능력이 부족해 어려움도 많지만 무대 후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아내와의 대화’입니다. 스트레스는 각자의 성품이나 성향 따라 발생하는 듯한데, 제 급하고 격한 성격을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돌아보고 푸는 편입니다.


8. 2020년 대한신경과학회에 혹은 회원들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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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도 대한신경과의사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의사로서 개원은 막다른 골목이고 누구에게나 절실하고, 또한 어려운 길입니다. 신경과의사의 개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신경과의 특성에 대해 잘 파악하고 또한 자신의 성향에 맞춰 준비하는 게 필요합니다. 막연히 타 과나 먼저 개원한 선배나 동료분들과 비교하는 것은 스스로를 어려움에 빠뜨리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신경과는 초기에는 반짝하는 단 맛은 덜하고 오히려 쓴맛이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씁쓸한 맛이 일품이 되는 격조 높은 포도주 같은 특성이 있습니다. 부디 그러한 신경과의 특성을 잘 이해하시고 활용하여 성공적인 개원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교수가 되고자 하는 많은 후학들을 위해서도 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교수가 되는 것이 여러분들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보다는 연구에 초점을 두시기 바랍니다. 연구를 즐기기는 어렵습니다만 그 생각의 과정 과정, 논문을 완성해가는 한 스텝 스텝을 소중히 여기고 걸어가다 보면 자신에 맞는 길이 보이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우리나라 현실이 각박하고 연구가 힘든 환경임을 느껴보았습니다만, 그래도 연구만이 살 길인 건 확실합니다. 연구를 계속하시다 보면 처음에는 논문을 위한 연구를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연구가 점점 더 깊어지며 여러 한계에 부딪치게 됩니다. 힘들기는 해도 바로 이때가 한 단계 상승할 시기인데, 그때 과감히 나만의 연구에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인정을 받을 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만의 연구에 도전하는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기회가 많지 않고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의 훌륭한 인생 연구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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