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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의사의 취미생활


- 부산 장난감 박물관 -
글_김태유(윌리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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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산 장난감 박물관 소개 부탁드립니다.

         

키덜트는 거부한다

Chidult 순수한 마음(동심)을 잃지 않은 99.9% 휴머니스트

  

장난감은 어린이에게는 꿈과 행복을 주고, 어른에게는 마음을 순화시키고 추억과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장난감은 취미 생활의 일부로 삶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선진국의 장난감 문화와 발달사는 경제적 빈곤에 시달렸던 한국이 경험하지 못한 문화의 일부분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장난감을 본다는 생각보다는 문화적 경험과 향유를 한다는 생각으로 관람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장난감의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고 스토리가 있는 장난감도 많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홍콩, 대만, 스위스, 스웨덴, 태국, 말레이시아, 한국, 폴란드, 체코,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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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장난감 박물관 팜플렛  

      

 2. 부산 장난감 박물관을 여는 이유에 대하여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난감에는 과학, 산업, 예술적 요소가 집약되어 그 시대마다의 특색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변천사는 문화의 향유가 될 수도 있고 시간 여행으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장난감은 인지 기능을 재미있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제작되어 있어 실용 인지과학의 연구에 좋은 모델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게임과 장난감을 바탕으로 인지 개발용 교구, 교재 개발에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장난감은 조형과 색채, 디자인, 음향, 움직임, 과학적 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문화적 산물이기도 하지만 쉽게 버려집니다.
이에 대한 아쉬움이 크고 가지고 있는 물품을 보관만 하기보다는 경험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하여 좁은 공간이지만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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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스 장난감 박물관 사업계획서  

          

 3. 부산 장난감 박물관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부산 장난감 박물관은 2017년 10월 10일 개관하였습니다. 의사 초년생 시절 인지장애를 겪는 치매환자와 아동의 치료를 위해 교구를 찾다 장난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오래된 장난감은 20여 년 전부터 모으기 시작하여 적극적으로 수집하게 된 시기가 10년이 넘었습니다. 현재까지 모은 장난감만 해도 대략 5만 점 이상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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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수집한 장난감은 직접 물을 끓여 발생한 수증기로 굴러가는 증기기관 자동차였는데 그 당시 놀라운 과학 원리에 무릎을 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산 장난감 박물관의 장난감들은 피규어 등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전부가 스스로 움직이며, 태엽이나 건전지 혹은 휘발유로 기계적 작동이 가능합니다. 인터넷 경매를 통해 장난감을 모으다 보니 손 때 묻은 옛 제품들이 대부분이어서 장난감의 시대적 변천사도 자연스레 녹아있습니다.
진열장 내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피규어부터 제트엔진을 단 축소 전투기, 비행기, 헬기 RC 완구, 슬롯카, 보드게임 등 다양한 것들이 있어 장난감의 발전과정을 살펴볼 수 있고 세계 각국의 장난감 원리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소장품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장난감은 ‘모래 나르는 철제 삭도기’인데 1910년대 미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도 작동이 됩니다. 그다음으로 일본에서 1955년 생산된 세계 최초의 무선 리모컨 버스를 발견했습니다. 낡은 장난감을 택배로 받아 박스를 개봉하여 작동을 시켰을 때, 우리나라가 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했을 당시 선진국 아이들은 이런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문화적 충격에 빠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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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부산일보> alt 

          

이렇게 전시되어 있는 2000여 점 가운데 국내 장난감이 많지 않은데, 국내에서 생산된 옛날 장난감을 찾으려 많은 애를 썼으나 현재 박물관의 색깔과 비슷한 작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많은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부산 장난감 박물관의 작품 하나하나마다 제품개발, 부품 제작, 조립, 운송, 판매 등의 과정에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가 구매 후 직접 조립, 도색을 거친 물품도 많아 인간미가 넘치는 물품도 많습니다. 전시품들은 저마다의 인연을 거쳐 박물관에 모이고 전시되고 있는데, 수백만 명의 손길이 닿아있는 전시품들 이어서 노력의 결실과 정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박물관이 협소하여 일부만 전시하고 있는데 크거나 다양한 물건들을 충분히 전시하지 못하였지만 엄선된 물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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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작은 박물관] 토이스토리 실사판!?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 박물관 <출처 : 부산일보> alt 

          

 4. 부산 장난감 박물관만의 자랑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존의 장난감 박물관은 테디베어, 인형 박물관, 피규어 박물관, 기차모형 박물관 등 그 형태가 천편일률적입니다. 하지만 부산 장난감 박물관은 종류와 시대별 장난감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드문 특색 있는 박물관입니다. 1915년의 모래 장난감부터 1955년의 세계 최초의 무선 조정 버스, 최근의 최첨단 장난감까지 역사적 변천사를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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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일보 인터뷰 中 김태유 원장님(부산윌리스요양병원) <사진 출처: 부산일보> alt 

          

 5. 부산 장난감 박물관의 교육적 효과에 대하여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양한 장난감과 게임의 역사적인 변천 과정을 거쳐 보여 줌으로써 교육적인 효과가 높습니다. 단순히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서 벗어나 꿈과 희망을 키우고 원리와 과학적인 지식을 넓힐 수 있는 배움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디자인의 측면에서도 특색이 있어 이 분야의 학생들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6.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신지요?

         

두 분이 기억나는데, 노년의 일본 분이 박물관을 방문하시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는데 어릴 때의 즐거웠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또 한 분은 할머니와 같이 온 초등학생이었는데 10번이나 반복해서 장난감을 보면서 좋아했는데 같이 오셨던 할머님은 조금 힘들어하셨지만 즐거워하는 손자의 모습을 보시고 흐뭇해하시던 모습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7. 환자 치료에 있어서 장난감을 활용 하신다고 하셨는데 맞으신지요?

          

지능발달에 도움이 되는 장난감들도 많은데 이를 치매환자에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브레인 헬스라는 전자 게임 형태로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8.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지요?

          

장난감은 단순한 놀잇감이 아닌 사람이 만든 지적 예술품의 하나라 생각합니다.
드론, 로봇 청소기 등 많은 물건이 장난감에서 유래되기도 했습니다.
어린이들에겐 꿈과 행복을, 어른들에게는 추억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박물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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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fe B;rain


방랑자 브라운-세카르(Charles-Edouard Brown-Sequard)
글_박지욱(제주 박지욱신경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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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에두와르 브라운-세카르. 위키백과 자료


얼마전 어느 선생님으로부터 박인희의 시디를 선물받았다. 필자가 아주 꼬맹이였을 때 활동했던 가수였는데, 수 십 년 만에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더욱 반가웠다. 시디 속 노래들 중 “그림자 벗을 삼아 걷는 길은 서산에 해가 지면 멈추지만 ~”이라는 가사가 귀에 들어온다. 노래 <방랑자>의 한 부분이다. 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 문득 우리 신경학의 역사에서도 ‘방랑자’라 불리우는 사람이 하나 있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브라운-세카르는 1817년에 인도양의 모리셔스(Mauritius) 섬에서 미국인 아버지(Brown)와 프랑스인 어머니(Charlotte Séquard)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상선 선장이었지만 결혼 직후에 인도양에서 실종되어 브라운은 아버지 없이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샤를-에두아르 브라운(Charles-Edouard Brown)은 영국 국적을 받았지만(모리셔스는 1810년까지는 프랑스가, 1814년부터는 영국이 지배했으며, 1968년에 독립했다), 프랑스인 어머니는 아들이 성년이 되자 교육을 위해 파리로 갔다(1838년, 21세).
샤를은 원래 작가를 지망했지만 파리에서 만난 저명 작가에게 기가 꺾여 의학대학에 입학하였으며, 졸업후에는 파리의 샤리테병원에서 근무를 했으나 나폴레옹 3세가 황제로 즉위하자 그는 프랑스를 떠났다.

공화주의자였던 그는 황제의 나라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었고, 내심 고대했던, 꼴레쥬 드 프랑스(College de France)의 마장디(Francois Magendie) 교수의 후임자로 라이벌인 베르나르(Claude Bernard)가 유력해지자 자신에게 교수직을 제안한 아버지의 나라 미국으로 건너갔다(1852년, 35세). 그는 미국으로 건너간 뒤 리치먼드에서 의대 교수(Medical College of Virginia)로 잠깐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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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세카르의 라이벌이자 전임자인 클로드 베르나르. 위키백과 자료.


그는 미국에 건너가서도 프랑스에서도 활동을 멈추지 않고 대서양을 건너 다니며 활동을 이어갔다. 또한 그는 모계가 프랑스인 점을 강조할 요량으로 이름 마지막에 Séquard를 붙여 새를-에두아르 브라운-세쿼르(Charles-Edouard Brown-Sequard)가 되었다.하지만 정작 자신은 샤를-에두아르 브라운으로 소개하였다(1858년,41세).

42세에 런던의 퀸스 스퀘어에 국립 마비/뇌전증 병원(National Hospital for the Paralysed and Epileptic)이 개원하자 이곳에 초빙되어 3년 반을 근무하며 명성을 날렸다. 이 즈음에 뇌전증이 피질하(subcortical) 구조물 때문에 생긴다고 주장하였지만, 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조수 휴링스-잭슨(John Hughlings-Jackson)은 뇌 피질(cortex)에 주목했다.

47세에는 하버드의 신경병리학 교수가 되어 2년 남짓 일하지만, 아내를 여의자 어린 아들을 데리고 파리로 돌아가 파리대학교의 비교 해부학 교수가 된다(51세). 그를 두고 외국인(영국 국적)이라는 논란이 일자 3년 만에 그만두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다.

그는 미국에서 새 아내를 얻었고 미국과 영국 여기저기에서 강의를 하며 새출발을 하지만 두 번째 아내가 출산 중에 목숨을 잃었고 얼마 후 세 번째 결혼을 한다(1877년, 60세). 1878년에는 한 때 라이벌이었던 베르나르가 세상을 떠나자 꼴레주 드 프랑스의 실험의학 교수로 초빙되어 파리에 금의환향한다. 그가 가장 바라던 것이 바로 파리에서 교수가 되어 맘껏 연구를 하는 것이었기에 더 이상의 방랑은 없었다. 그는 이후 파리에 영구 정착해 15년의 여생을 보낸다. 1880년대 전반기 신경생리학을 연구했고, 1880년대 후반기에는 유명한(?) 호르몬 요법에 매진한다. 세번째 아내를 사별한 후 얼마 안되어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77세, 1894년). 방랑자의 무덤은 파리의 몽파르나스에 있다.

신경과의사들에게는 당연히 브라운-세카르 증후군(Brown-Séquard syndrome)으로 알려진 척수 질환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연구는 그의 나이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발표되었다(1850년, 33세).

그는 강의, 저술, 실험에도 뛰어난 재주가 있었고, 어느 한 곳에 진득하니 정착하지 못해 여러 나라, 여러 도시 즉, 파리, 런던, 리치몬드(미국), 캠브리지(하버드), 뉴욕을 떠돌았다. 그래서 어떤 때는 런던의 브라운-세카드, 어떤 때는 하버드 교수 브라운-세카드로 등장했다.

경제적으로 윤택하지는 않았지만 사재를 털어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했다. 이를 테면 혈관의 직경이 변하는데 신경이 관여한다고 주장해(지금 보면 교감신경계의 기능이다) 베르나르에 맞섰다.

1889년에는 그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연구를 발표했다. 개와 기니피그의 고환에서 추출한 물질을 스스로에게 주사해 ‘회춘’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래켰다. 당시 72세 나이였던 그가 몸소 체험한 회춘 효과는 “리비도가 상승하고, 힘이 불끈 솟고, 오줌의 사거리가 네 배로 증가하고, 배변이 원활하게 되었다. … 30년은 젊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였다.

동료들조차 아연실색하게 만든 이 발표로 그는 순식간에 의료계의 저명 인사에서 바보 같은 늙은이로 조롱을 받았다. 일생 동안 이루어 놓은 명성이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하지만 그가 개발한 회춘 주사를 맞기 위해 그의 진료실에는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가 죽을 때까지 5년 동안이나.

대놓고 그의 이론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브라운-세카르의 ‘참신한(?) 아이디어’에 힌트를 얻은 의사들도 있었다. 동물이나 사람(사형수였다고 한다!)의 고환을 자신이 몸 속에 이식해 그 효능을 연구하려던 외과의사도 있었다. 물론 고환 이식이나 고환 추출물 주사는 효과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플라세보 효과마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의 기행은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의학의 싹이 되었다. 이처럼 특정 장기(organ)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동물의 장기를 이용해 치료하려는 방식 즉, 장기요법 (organotherapy)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1891년에는 갑상선 기능저하증 환자에게 갑상선 추출물을 주사해 효과를 보았다. 1893년에는 허약한 아이에게 그 아버지이자 의사가 부신 추출물을 투여했다. 특별한 효과는 없었지만 5년 후 이 추출물에서 에피네프린이 분리되었다.

20세기 초에는 생리불순 여성에게 난소 추출물을 시도했고, 1920년대에는 황소 고환 추출물에서 테스토스테론을 발견한다. 짐작하듯, 이것들은 모두 호르몬들이고, 내분비학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했다. 저명한 신경학자 브라운-세카르는 이렇게 내분비학의 새벽을 열었다.



**참고문헌**
1. 크레이지 호르몬(AROUSED by Randi Hutter Epstein, 2018) /랜디 허터 엡스타인 지음/양병찬 옮김/동녘사이언스/2019
2. 돌팔이 의사(CHARLATAN by Pope Brock, 2008)/포프 브록 지음/조은아 옮김/소담출판사/2019
3. Neurological Eponyms/edited by Peter J Koehler, George W Bruyn, John MS Pearce/Oxford University Press/2000
4. Russell N. DeJong, The Neurologic Examination, 4th Ed., 1979
5. NEUROLOGY SECRETS by Loren A. Rolak, M.D./HANLEY & BELFUS, INC./1993
6. Brown-Séquard: An improbable genius who transformed medicine/Edward R. Perl/ 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 Psychiatry.
7. Charles-Edouard Brown-Séquard, the biography of a tormented genius. /James W Lanc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i Hemisection of the spinal cord causes the Brown-Séquard syndrome. The essential findings, below the level of the lesion, are as follows: ipsilateral spastic paresis with increased reflexes and pyramidal tract responses; ipsilateral loss of proprioceptive sensation with sensory ataxia; contralateral loss of pain and temperature sensation extending to one or two segments below the level of the lesion. There may be little or no objective evidence of change in tactile sensation. Russell N. DeJong, 『The Neurologic Examination』, 4th 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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