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강민 신경과 의원 원장 김정은입니다. 저는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이대목동병원에서 인턴과 신경과 전공의를 수료 후 분당서울대학병원 신경과 에서 치매분야 전임의를 수료하였습니다. 이후 대전 을지대학병원, 건양대학병원에서 임상과 전임교수, 이화의대 목동병원 신경과 임상조교수와, 서울대병원 신경과 진료교수 후 삼성노블카운티 의원과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에서 진료경험을 하였습니다. 노인어르신의 다양한 진료 경험을 하며, 신경과 질환뿐만 아니라, 신경증상과 관련된 신체 전반적인 내과적, 정신의학과적 그리고 기능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학회, 세미나등에 참여하며 환자진료와 공부를 하였고, 기존의 basic한 신경과 진료를 넘어서는 새로운 진료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의사생활의 마지막 기간 동안은 개원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도전해 보고 싶어서 개원을 결심하였습니다.
2. 개업을 하신 계기가 있나요?
신경과 질환뿐만 아니라 노인질환에 대한 폭넓은 진료를 할 수 있는 저만의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또 그러한 일들을 같은 목표로 하는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3. 개업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개업은 단순히 진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적인 관점에서 하나부터 100까지 모두 제가 찾아보고 결정하여야 되는 것이 봉직의로 있을 때와 크게 달랐습니다. 이제까지 잘 몰랐던 의학과 전혀 다른 분야에 대하여 (개업 관련 법적 내용, 인테리어, 장비구입, 홍보 등) 새롭게 알아보아야 하기도 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과 소통도 많이 해야 하는 것이 새로운 경험으로 어려웠습니다.
4.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개업을 하셨나요?
뇌신경질환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증상과 관련된 포괄적인 치료를 하는 의원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 병원에서는 내과 선생님께서 같이 근무를 하고 계십니다.

5. 병원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서울강민신경과의원은 환자분들일 질병에서 회복되어 기능적으로 강한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 (强民)로 합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포괄적인 진료를 위해 신경과 전문의와 내과 전문의가 함께 진료합니다. 저희병원의 인테리어는 집에서 가장 따뜻하고,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부엌을 인테리어 컨셉트로 하였습니다. 특히 인지중재치료실은 부엌 가구로 방을 꾸며, 여기서 인지중재치료와 동시에 간단한 요리도 가능합니다.




글_이유진(건국대병원 신경과 전공의 3년차)
안녕하세요 저는 건국대학교 신경과 의국장이자 전공의 3년차 이유진입니다. 먼저 저희 의국의 간략한 소개와 함께 “슬기로운”보다는 “슬기롭고 싶은” 저희 전공의 생활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교수진으로는 치매, 뇌졸중, 신경근육질환, 뇌전증, 이상운동질환, 신경계집중치료 세부 분야에 한설희, 김한영, 오지영, 김동욱, 문연실, 박정진, 김다영, 곽동원 교수님이 계십니다. 규모는 작지만 흔한 질병군에서 희귀질환까지 다양한 환자군이 입원하여 임상 경험을 쌓고 있으며, 급성허혈성뇌졸중환자의 중재치료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공의는 1년차 김혜인, 2년차 박주영, 황혜리 그리고 3년차 이유진 선생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23년 2월 건국대병원 신경과 의국원 단체 사진

▲2023년 2월 건국대병원 신경과 현재 의국원
그 어느 병원, 어느 과보다 교육에 힘써주시는 교수님 덕분에 저희 전공의들도 일과시간에는 환자를 보고 남는 시간에는 전공서적을 읽거나 매주 진행되는 각종 conference와 book reading을 준비하는 등 학구적인 분위기가 강조되면서도, 일과 외의 시간에는 활기찬 일상을 즐기고 있습니다.
신경과 걷기 챌린지
날이 따뜻해지고 꽃이 만발하는 봄이 되면 저희 의국에서는 걷기 챌린지를 개최합니다. 4월 한 달 동안 매주 1회, 하루 5km를 걷는 미션입니다. 이전에는 퇴근하는 길이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버스를 이용해 집으로 가곤 했었는데, 걷기 챌린지 덕분에 건국대학교 캠퍼스 내 일감호를 따라 걷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걷기는 정해진 시간과 속도 없이, 그냥 5km 이상만 걸으면 되어, 퇴근 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일감호를 따라 걸었습니다. 한 바퀴, 두 바퀴를 돌면서 퇴근 후 무거웠던 발이 가벼워지고, 복잡한 머릿속의 생각들이 사라지면서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평소에는 스쳐가는 길가의 새싹이나 꽃봉오리를 보며 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걷기 챌린지를 통해 우리의 일상에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함께 챙기며 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신경과 걷기 챌린지 미션과 상품
마라톤 대회 참가
올해 6월에 한강에서 개최된 마라톤 대회를 시작으로 9월에도 가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였습니다. 각자 자신만의 속도와 구간을 정해두고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달렸습니다. 어떠한 재촉도 없이 각자의 페이스로 마라톤을 완주하면서 얻는 성취감과 희열은 특별했습니다. 마라톤이 끝난 뒤 맛있는 식사는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안전, 국민통합 전국마라톤대회(좌)와 선사마라톤대회(우) 참가 기념사진
운동하는 즐거움 “헬스”
저는 걷기 챌린지를 통해 운동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이후 2년차 말부터 헬스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즐거움을 느끼며, 성취감과 함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즐기고 있습니다. 당직 다음날에도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헬스장을 찾아가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운동하고 땀을 흘리면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가 풀리는 기분입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전도 공부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근전도를 처음 시작할 때 어깨 운동을 하면서 “deltoid, axillary nerve, posterior cord, upper trunk, C5-6”를 혼자 중얼중얼 외웠던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상체 운동을 한 뒤 오른쪽 4,5번째 손가락이 저리고 아픈 적이 있었는데, ulnar nerve territory에 해당하는 부위였고, elbow flexion-extension을 반복하는 동작으로 인해 ulnar nerve irratation 이 생겼던 것입니다. 이후 휴식을 통해 불편감은 호전되었고, ulnar nerve territory를 몸으로 직접 느껴보는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는 그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운동할 때 조심해야겠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의사로서, 전공의로서 육체적, 정신적인 소모를 막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헬스를 꾸준히 이어갈 예정입니다.
병원의 지리적인 장점을 활용하여 서울 맛집 탐방하는 “오슐랭” 모임
건국대학교는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병원으로 지하철 2, 7호선과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접근성 덕분에 저희는 평일에도 서울의 핫플레이스와 숨은 맛집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이 모임은 오지영 교수님을 중심으로 매달 한 번씩 열리며, 올해 3월에 시작되었습니다. 압구정 “아루”, 삼성역 “프로간장게장”, 성수 “호랑도”, 압구정 “개나리회관”, 서울숲 “오발탄”, 건대 “리파인” 등 다양한 식당을 방문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교수님들께서 평소에는 예약하기 어려운 새로운 맛집을 소개해 주시는 덕분에 고년차 전공의는 미처 알지 못했던 서울의 숨어있는 맛집을 발견하고 즐기는 기회를 가졌으며, 저년차 전공의에게는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정기적인 자선 바자회
코로나때 주춤했었던 자선 바자회 행사가 작년부터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바자회에는 김한영 교수님께서 프랑스 연수 시절 배우신 레시피로 직접 만들어주신 치즈케이크는 물론 각자 솜씨를 뽐낸 수공예 머리끈, 가방 등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다양한 물품들이 기부되었습니다. 신경과 외래와 병동 간호사 선생님들의 열렬한 성원 덕분에 바자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총 1,417,000원의 기부금은 저소득 신경과 환자들을 위한 치료비로 본원 사회사업팀에 전달되었으며, 이로써 7년 연속 환우분들을 위한 기부금을 모아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송년의 밤/송년바자회 모임

▲건국대병원신경과 불우환우돕기 기부금 전달
MBTI 강좌를 통한 나 자신 그리고 우리 알기
오지영 교수님의 MBTI 강좌를 통해 나 자신과 우리 팀원들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교수님께서 MBTI 전문자격증을 가지고 계시기에 더 정확하고 심도 있게 성향을 점검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자신의 특성을 알게 되었으며 그에 따른 솔루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 경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명상이나 일기 쓰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여 이후 시간을 내어 명상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강좌를 통해 팀원들 간의 성향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여 팀워크를 강화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희 의국은 E(외향형)가 2명, I(내향형)가 두 명, 또 J(판단형)가 2명, P(인식형)가 두 명으로 성향이 다양하지만 균형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팀 내 의사소통과 협력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신입 신경과 전공의 선발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성향의 선생님이 저희 의국원으로 들어올지 기대와 설렘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팀원들 간의 유기적인 협업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의국 동문 선배님들과의 만남
2022년 11월, 건국대학교 신경과 동문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코로나 규제가 다소 완화된 덕분에 그동안 건국대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의국 선배님이 모두 참석해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2011년 문연실 교수님께서 첫 신경과 전문의로 졸국하신뒤로 18명의 선배님들이 졸국하셨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동문회에서는 다양한 자리에서 경험을 하고 계시는 선배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대학병원 교수부터 지역사회에 큰 공헌을 하고 계시는 선생님까지 다양한 경험을 공유해 주셨고 또 함께 지난 의국 생활을 추억하는 모습을 보면서 졸업한 학교는 다르지만 한 가족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동문회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과 선배님들의 소중한 조언 덕분에 현재의 의국 생활을 더 후회 없이 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앞으로의 진로와 경력을 신중하게 고민하고 발전시켜 나가자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소중한 만남이 향후에도 계속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동안 건국대병원 신경과에서 수련 받은 전공의와 임상강사 동문
저희 건국대병원 신경과 전공의의 생활, 슬기로운가요?
나의 2023EAN 참관기
글_이유진(건국대병원 신경과 전공의 3년차)
참가 해외학회: 9th Congress of the European Academy of Neurology in Budapest, Hungary
대한신경과학회의 지원을 받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9번째 Congress of the European Academy of Neurology에 참석할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2023년 6월의 마지막 날. 장마가 시작되는 한국을 뒤로하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온도는 우리나라와 같지만 건기였기에 선선한 부다페스트의 저녁이 나를 반겼다.

같은 시간대에 많으면 11개의 세션이 열리는 대규모 학회였고 듣고 싶은 강의가 많았기에 학회 출발 전부터 어떤 강의를 들을지 동선을 계획해 간 덕분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movement circuit을 파악하기 위해 brainstem의 neuronal subpopulation을 분석하고 기능을 파악하여 2022 brain prize를 받은 스위스의 생물학자 Silvia Arber의 강의를 시작으로 functional tremor에서 temporoparietal junction의 hypoactivity를 neuroimaging을 통해 밝힌 Mark Hallett 박사의 강연까지 강의 하나하나가 주옥같았던 시간이었다.
인상 깊었던 세션 중 하나는 최근 새로 제시된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ALS)의 진단 기준인 Gold Coast criteria에 대한 논의였는데 새로운 진단 기준의 불완전성과 아직도 밝혀 나가야 할 ALS의 biologic marker 등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을 보고 신경과는 아직도 알아 나가야 할 것이 많고 그래서 이미 많은 사실이 알려져 있는 다른 과보다 매력이 있는 과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것은 신경과를 처음 선택했을 때의 이유 중 하나였기에 그때의 그 마음을 다시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 분야에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온 힘을 쏟아붓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뿌듯함과 함께 학회장에 있는 사람들과 직접적인 교류나 작은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음에도 앞으로 신경과를 나와 같이 이끌어 나갈 동료들이라는 생각에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귀한 기회를 주신 신경과 학회에 감사함을 전하고 전공의 증례발표대회를 통해 다른 전공의들에게도 이러한 좋은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글_박지욱(제주 박지욱 신경과의원)
1914년에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그는 당장 군에 자원입대합니다. 하지만 ‘군의관’이 아닌 ‘조종사’ 자격이었습니다. 그런데 48세나 되는 그를 험악한 공중전에 내보내기 싫었던지 군은 그에게 갓 출범한 오스트리아 공군 조종사 양성 ‘교관’으로 후방에서 복무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전선으로 보내 달라고 계속 요청합니다. 그러자 군은 폰 에코노모를 동부전선의 수송부대로 보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비행기가 아니라 자신의 ‘자가용’을 몰고 복무하는 수송부대였습니다.
하지만 이에 굴한 그가 아니지요. 포기하지 않고 전선의 조종사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계속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1916년 3월에 서부전선 정찰기 조종사로 배속되어 날개를 펴고 남 티롤(Tyrol)의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어쩌면 미국인 청년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지도 모릅니다. 전선 건너편에서 청년 헤밍웨이는 구급차를 운전했으니까요. 그의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는 이곳이 배경입니다.
비행이 없는 날에는 군의관으로 일합니다. 그리고 근처에서 포병으로 복무하던 동생도 만나곤 했습니다. 하지만 6월에 동생이 죽자 그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부모님도 남은 아들까지 전쟁으로 잃을까 걱정이 커집니다. 그에게 당장 조종사를 그만두고 다른 의사들처럼 군의관으로 복무하라고 간청합니다. 그러자 마음이 흔들린 폰 에코노모는 비엔나로 귀환해 머리에 부상당한 병사들을 치료하는 군의관이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아주 특이한 뇌염 환자를 만납니다.
폰 에코노모는 1917년에 발열, 의식저하, 안구 운동 마비를 보이는 뇌염을 발견합니다. 특이하게도 젊은이들이 잘 걸렸습니다. 이러한 질병은 이제껏 알려진 적이 없기에 그는 ‘기면성 뇌염(Encephalitis lethargica; 의식이 쳐지는 뇌염이란 뜻)’으로 명명하고 학회에 보고합니다. 지금은 ‘폰 에코노모 뇌염’으로도 부릅니다.
이 병은 40년이 지나 미국 신경과의사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Oliver Sachs)가 책 <깨어남(Awakening)>에서 소환합니다. 동명의 영화도 나왔는데, 우리나라에는 <사랑의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했습니다. 보시면 이 뇌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제가 쓴 글을 보시면 내용을 간략히 알 수 있습니다.

▲폰 에코노모 뇌염 논문. Wikipedia 자료.
한편으로는 귀족 가문의 여성과 결혼도 했고, 1921년에는 비엔나 의대의 정교수도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교계를 드나들고 미술관과 오페라극장의 단골이 됩니다. 그러면서도 아테네, 프랑크푸르트, 뮌헨, 취리히 등지에서 날아온 교수 임용 제안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비엔나 상류 사회를 떠나기도 싫고, 학교에 얽매여 살기도 싫고…
하지만 심심풀이로 교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병원에 나갈 때면 엄청난 열정으로 뇌 연구에 몰입했습니다. 1925년에는 13년간의 뇌 연구 결실을 무려 800페이지에 달하는 책으로 펴냈습니다(일생 동안 쓴 논문과 책이 모두 150개나 됩니다. 뇌에는 그의 이름이 붙은 뉴런도 있습니다). 하늘에서는 비행, 땅에서는 뇌에 열정을 바친 사람입니다.

▲뇌를 연구하는 폰 에코노모. wikipedia 자료.
1931년에는 대학의 뇌 연구소장도 됩니다. 하지만 봄에 과로로 병원에 입원한 후 여러 차례 협심증과 뇌졸중 발작을 겪으면서 병세는 점점 더 나빠집니다. 베른에서 열린 제1회 국제 신경학회에 참석하여 신경과와 정신과를 분리하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려 했지만 참석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10월에 파란만장했던 지상의 삶을 뒤로하고 영원히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향년 55세). 묘지는 어릴 때 자란 트리에스테에 있고 비엔나대학에는 그의 흉상이 남아있다 합니다(비엔나 여행 가시는 신경과 선생님은 꼭 가봐야 하겠지요? 사진 하나 부탁드립니다).
남겨진 사진 속에 나오는 폰 에코노모는 가무잡잡한 피부에 약간 쳐진 눈, 멋진 수염이 보입니다. 적어도 5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재치 넘치며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합니다. 참 멋지네요. 뇌와 하늘에 골고루 영정을 바친 폰 에코노모를, 신경과 의사 기인 명부에 등록해 봅니다.

▲ 폰 에코노모. wikipedia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