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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병원 소개: 두드림신경과의원



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작년 12월 6일 인천 부평 두드림 신경과로 개원한 송창석 입니다. 저는 인하대 의대 졸업 후 인하대병원에서 신경과 전공의 수련을 받았습니다. 이후 인천 세림병원에 신경과 개설 후 10년간 과장으로 봉직의 생활 중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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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석 원장


2. 개업을 하신 계기가 있나요?


보통 신경과 환자들을 초진으로 본다면 10-20분 정도 시간이 걸려도 부족하다고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생각하실 겁니다. 종합병원에서 10년간 근무 중 8~9년간은 혼자 신경과 환자를 담당해 왔습니다. 점차 늘어가는 외래 환자 숫자와 입원환자 및 계속되는 응급실 호출로 점차 시간과 환자에 쫓기는 저를 보게 되었고 2-3분 안에 환자를 해결해야만 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진료실이 좁아 이석증 환자의 Epley maneuver도 양측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은 넓고 쾌적한 진료실과 외래 환자 숫자에 제한을 두는 것으로 생각하여 개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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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업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개원을 하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모든 분야에서 한 사람만 만나는 게 아니라 여러 명과 만나고 비교 후 결정해야 됩니다. 개원 전 만난 사람이 거의 100여 명은 되는 것 같네요. 특히 의료장비는 어디에도 가격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계속 만나면서 얼마가 적정가인지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처음부터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계속 누적해서 만나고 선택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4.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개업을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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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림 신경과는 머리(頭)+꿈(Dream)을 합친 의미와 함께 Do+Dream으로 꿈을 실현시킨다는 뜻도 같이 포함합니다. 중추 및 말초신경 질환에 대한 경증의 질환부터 난치성 질환까지 치료하는 꿈을 이룬다는 생각으로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신경과 질환들은 자세한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검사로 대부분 진단할 수 있으며 이후 추가적인 검사는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 한 명당 외래 시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진료 예약 시간 간격을 넓게 운영 중입니다.


5. 병원 소개 부탁드립니다.


개원은 수많은 결정과 선택의 결과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개원 이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이끌어 나가는 직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종합병원에서 5~10년간 같이 일해온 직원들로 6개월 전부터 선정하였고, 개원 수개월 전부터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소통해 왔습니다. 원장 개인의 병원이 아닌 직원들과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 가는 방향으로 운영 중이며 앞으로도 이를 유지해 나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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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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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림신경과의원 로비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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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병원 소개: 서울베스트신경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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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021년 12월 경기도 구리에 개원한 서울베스트신경과의원 원장 이세훈입니다. 저는 중앙대 의대 졸업 후 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고, 분당서울대에서 neuromuscular disease 파트의 전임의를 수료했습니다. 이후 (용인)다보스병원, (인천)나은병원, (경기광주) 참조은 병원에서 7년간의 봉직 후 개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2. 개업을 하신 계기가 있나요?


신경과 전공의를 할 당시에는 전문의 이후에는 종합병원에 있을 때 가장 신경과 의사다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고, 따라서 봉직 환경도 입원환자와 중환자 외래환자, 응급실 환자를 두루 볼 수 있는 종합병원을 선택하였습니다.
종합병원에서의 봉직을 하면서 신경과 의사로서의 보람을 느낀 것은 아주 좋은 경험이었지만,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업무 로딩으로 인한 문제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하더군요. 건강상의 문제도 하나씩 생기기 시작하고 여기에 계속 이렇게 있으면 의사로서, 개인으로서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일을 할 여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 업무 환경을 바꿔보기 위해 개업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개업을 정작 하기까지는 그 이후 2년 정도 걸렸습니다.


3. 개업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는 개업을 결정한 이후 찾아오는 막막함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어떤 것을 그려야 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데, 저 혼자 빈도화지에 그림을 그려야 하는 그런 상황과 비슷했습니다. 아무도 그림을 그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말이죠.
개원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막상 그 구체화를 하려면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정보는 누가 친절히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끊임없이 알아보고, 부딪히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에서 체력적인 한계나, 정신적인 한계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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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개업을 하셨나요?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신경과 전문진료"라는 콘셉트로 개원하였습니다. 종합병원에 봉직하면서 외래환자분들을 보다 보니, 진단과 치료방침은 결정되고 이후에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문제만 있는 환자분들이 많은데, 이분들에 대해 시간을 거의 쓰지 못했던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오래 기다리다가 "약이나 받을 건데 아무데나 가지"라고 하시면서 다른과 진료를 하시고 상태가 악화되어 내원하신 분들을 볼 때마다, 이런 분들이 다른 과보다는 신경과에서 일차진료를 받으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병원 소개 부탁드립니다.


경기도 구리시 교문사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한양대구리병원 바로 옆 건물이라, 제 방 창문에서 한양대 구리병원 창문이 보입니다. 아직 개원 2개월 차로 안정되지 않았으나, 친절하고 열정적인 3명의 직원들과 함께 지역사회에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 신경과 진료에 대해 알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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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업 신경과 개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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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브레인업 신경과 김지선입니다. 저는 충남의대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인턴 레지던트, 분당 서울대병원 이상운동증 전임의를 하였습니다. 이후 충북의대에 발령을 받아 교수로 약 9년을 있었습니다. 좋은 기회가 되어 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 대학교에 (UCI) 방문교수를 하였고요. UCI Neural repair lab에서는 신경재생 연구소에, 이후 UCI 병원 신경과 Movement clinic에서 연수를 하였습니다. 2020년 1월 귀국을 하였고요. 귀국하자마자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네요.


1. 대학교수님이셨는데, 어떻게 개원을 하셨나요?


대학에 있으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에서 맡은 일을 하다 보니 큰 학회에서 발표도 하고 공동 연구도 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 교수님들, 타 직종 전문가들과 다양하게 만날 기회도 있었네요. 무엇보다도 대학병원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환자분들이 찾아 주셔서 신경과 의사로서 임상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어 더없이 좋은 곳이었죠. 저는 호기심이 많아서 이런저런 것들에 관심을 갖다 보니 나만의 클리닉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심플하게 진료에 집중하고 싶어 개원을 해볼까 했었는데, 깜찍한 상상이었다는 것은 개원 준비를 시작하자마자 깨달았습니다. 대학에서 하던 진료 외 일들보다도 개원의로서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어마어마하게 많더라고요.ㅎㅎㅎ 하지만 아직까지는 나름 재밌습니다. 마이너스부터 하나 둘 세팅되는 작업들이, 흡사 깨끗한 백지에 Ray Osterrieth complex figure를 그려 나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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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흔여섯, 새로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


신경과 의사선생님들께서 더 많이 공감하실 텐데요. 노후의 삶에 대하여 관심이 많습니다. 나의 10년, 20년 후? 퇴직을 하고 나면 어떤 삶일까? 우리가 진료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 나를 비껴 가리라 장담할 수도 없고요.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위한 삶이 무엇일지 정답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마흔이든, 예순이든 언제라도 하고 싶은 것은 후회 없이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한국 나이로 마흔여섯, 새로운 시도를 결정하게 된 것이죠. 개원 일 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10년 후, 20년 후에 되돌아보았을 때, ‘그때 하길 잘했지. 그래서 또 재미있었잖아.’ 라고 반추하며 미소 짓고 싶습니다.

병원의 콘셉트는 특별하지는 않고 신경과 그 자체입니다. 다른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신경과 자체가 콘셉트지요. 신경계 검사실, 인지기능 검사실을 만들었습니다. 신경차단술과 보톡스 시술할 수 있는 처치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경두개자기자극실(rTMS)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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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MS는 파킨슨병 환자를 진료하면서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파킨슨병은 약물 치료가 기본입니다. 그에 덧붙여 비약물적 치료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고 rTMS에 대한 논문을 읽으며 굉장히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기존에 rTMS는 정신과 영역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데요. 신경과 질환에서도 활용도가 매우 크다고 생각했고 적극적으로 적용해 보려 합니다. 미국신경생리학회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신경계 질환 별로 rTMS 프로토콜을 변화하면서 환자들 치료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신경과 주도로 뉴로 모듈레이션(neuro modulation) 학회가 만들어져서 rTMS, tDCS 등의 연구방향도 고민하고 임상 경험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신경과 개원의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의 축하에 정말 감사합니다. 실질적으로 준비를 하다 보니, 그간 대학교수님들과 개원가 선배님들께서 신경과 인식 개선을 위해 참 많이 애쓰셨구나 생각하였습니다. 선배님들의 노고에 한 땀 한 땀 더하며 신경과 영향력을 넓히고 개원가 신경과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모두들 행복하시고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병원명: 브레인업 신경과 의원
위치: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동
홈페이지a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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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의사의 취미생활


- 기타음악과 함께하는 미식여행-

  글_오병철 (전주내과&영상의학과의원 신경과 과장)


종합병원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해왔던 두 가지 취미 생활이 있습니다.

하나는 어릴 때부터 배운 클래식 기타. 한때는 하루 종일 머릿속에 악보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을 때도 많았습니다. 대학 동아리 생활 때부터 연주회를 시작했고 전 직장에서 20년 가까이 거의 매년 크든 작든 기타 연주회를 해왔습니다.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인 셈이지요.

▲ Rolan Dyans의 fuoco


의예과를 한자로 醫豫科(의예과), 이 중 가운데 글자인 豫는 준비한다는 뜻이지만 예술(藝術) 할 때 藝로 이해해도 된다 할 정도로 의사 선생님들은 예술적 소질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5년 전부터는 기타 연주 외에도 국내 여행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국외도 다녀오려 했으나 코로나 시국이 되면서 제한적이지만 국내 위주로 다니고 있습니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토속 음식 또는 SNS나 방송에 나오는 맛집을 가는 미식여행을 겸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다녔던 곳 중에 인상 깊었던 곳 몇 군데를 기타 음악과 함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첫 번째로 제주 서귀포에 쇠소깍입니다. 쇠는 효돈 마을을 뜻하며, 소는 연못, 각은 접미사로서 끝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이곳은 제주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분출하여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곳입니다. 물살이 셀 것 같아도 호수처럼 잔잔하고 바닥이 깊지가 않아요. 그래서 카누 타기에 초보자도 좋지요. 제주는 Falla의 La vida Breve라는 곡을 들으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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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가면 각종 해산물로 만든 음식들이 많은데 다른 데서 먹어 볼 수 없는 토마토 해물라면을 소개합니다. 토마토와 라면, 그리고 해물이 같이 먹기에 어색할 듯하지만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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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대구 달성군에 있는 비슬산 자연휴양림입니다. 해발 1,058 m의 조화봉을 중심으로 대견봉과 관기봉이 좌우로 있는 휴양림으로 산 중간 능선까지는 주로 침엽수림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등산로까지 셔틀버스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신선한 공기를 쐬면서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새벽바람을 쐬고 걷다 보면 F Tarrega의 Recuerdos De La Alhambra의 서정적인 선율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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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음식은 육류가 유명합니다. 소 생고기뿐 아니라 연탄에 구은 차돌박이와 오드레기 (소의 대동맥 입구 부근)는 맛도 좋지만 식감이 독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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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담양 죽녹원입니다. 죽녹원은 울창한 대나무 숲과 담양의 정자문화 등을 볼 수 있는 시가 문화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죽녹원은 전망대, 쉼터, 정자, 다양한 조형물을 비롯 다양한 생태문화 관광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주위에 관방 제림도 있어서 같이 둘러볼 수 있습니다. 대나무 숲 바람소리를 듣다 보면 H.Villa bobos의 <브라질풍의 바하>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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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은 떡갈비도 맛있지만 국수거리는 명소입니다. 특히 여름에 평상에 앉아 산들바람 부는 곳에서 비빔국수는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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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로 동해시의 묵호 등대입니다. 묵호항은 1941년에 개항하여 무연탄 중심의 무역항 역할을 하며 어항으로 발전하였고 묵호등대는 1963년에 건립되었습니다. 동해시와 바다를 같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눈앞에 확 트인 바다를 보고 있으면 답답함이 사라집니다.
여기는 M. Llobet의 Canco del Lader라는 곡이 어울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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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 오면 곰치국을 추천드립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물메기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곰치와 물메기는 다르지요. 김치와 함께 깔끔한 국물을 먹고 있으면 여독이 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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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로 강화도입니다. 강화도는 한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인데 바로 위가 북한인 개풍군과 연백군입니다. 조선시대 서해안 수비 체제의 흔적인 초지진과 광성보를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B.Mangore의 Julia Florida라는 곡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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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에 이국적인 분위기 나는 바다를 보며 신선한 밴댕이 회를 먹어볼 수 있습니다. 밴댕이는 육질이 연하고 소화가 잘되고 저렴해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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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생활을 하다 보면 답답하고 긴장이 반복되는 하루지만 틈틈이 악기 연습이나 운동 같은 취미 생활을 하거나 시간이 허락되면 미식여행을 떠나는 것도 삶의 활력소가 되어 보다 건강한 의사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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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fe B;rain


선생님, 당근 먹으면 눈 좋아질까요?

  글_박지욱(제주 박지욱 신경과의원)


필자가 제주에 이사 와 한두 해 지난 봄이었다. 아내가 심각한 얼굴로, 아이들 손바닥이 노랗다며 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는가 물었다. 깜짝 놀라 아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얼굴까지 노란 것이 아닌가! 부랴부랴 소아과 의사인 친구에게 아이들을 데려갔다. 친구는 껄껄 웃었다. “카로틴 혈증(carotenemia)”이라 했다.
귤이 흔한 서귀포에서는 겨우내 귤을 많이 먹은 아이들에게 흔한 일이었다. 귤을 그만 먹이면 좋아질 것이니 걱정할 일이 아니라 했다. 과연 친구의 말대로 아이들의 손에서 귤을 빼앗으니 여름이 되기 전에 아이들의 몸에서 노란 기운은 빠져나갔다.
카로틴(carotene)은 식물성 색소의 이름이다. 당근(唐根)를 뜻하는 라틴어 carota, 영어 carrot 과 관련이 있고 당근에 많은 성분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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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혹은 홍당무. 우리나라 당근의 70%는 필자가 사는 제주도에서 난다. (박지욱 사진)


당근은 눈에 좋은 식물로 알려져 있다. 많이 먹으면 밤눈도 밝아지고 시력도 좋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정말일까? 엄밀하게 말하면 틀렸다! 그런데 이 가짜 뉴스의 유포자(?)를 찾아보니 제2차 세계대전 중에의 영국 정부가 딱 걸려든다. 무슨 사연일까?
1940년 9월 7일 나치 독일은 영국 본토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했다. “블리츠(The Blitz)” 라 불린 대공습은 이듬해인 1941년 5월 11일까지 이어진다. 영국의 전쟁 수행 능력을 뒷받침하는 산업 시설과 주요 도시들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전의를 말려버리는 것이 나치 독일의 목표였다.
밤낮을 가리지 않던 공습은 점차 야간 공습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주간에는 둔중한 독일 폭격기들이 날렵한 영국 공군 전투기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10월 이후로는 야간 공습으로 전환되었다.
야간이라면 공격과 수비 모두 어둠 속에 있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독일 폭격기들은 영국 전투기에게 예상보다 큰 피해를 당했다. 어둠 속에서도 등 뒤로 다가와 비수를 꽂듯 영국 전투기들이 폭격기의 꼬리에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존 커닝햄(John "Cat's Eyes" Cunningham)이란 조종사는 11월부터 시작해 무려 19대의 적기를 떨어뜨렸는데 그중 18대가 야간 비행에서 이룬 성과였다.
무슨 일일까? 영국 정부는 커닝햄의 무훈을 국민들에게 알리면서 그가 보통 사람보다 밤눈이 아주 많이 밝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가 평소에 즐기는 당근 속에 풍부한 비타민A 때문에 밤눈이 밝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은 그의 야간 시력은 거의 고양이 수준이라 밝혔는데 덕분에 커닝햄의 별명은 고양이 눈(Cats-Eyes)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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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눈’이란 별명이 붙은 영국공군 파일럿 존 커닝햄. 위키백과 자료.


하지만 놀랍게도 이것은 가짜 뉴스다! 존 커님햄은 밤눈이 밝지 않았고, 당근을 많이 먹지도 않았다. 하지만 야간 공습 중인 적의 폭격기를 귀신같이 따라가 뒷덜미를 칠 수 있었던 바로 “레이더”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에 레이더는 비밀 병기였기 때문에 적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당근으로 둘러댄 것이다.
고양이 눈 커닝햄의 활약은 대공습으로 지쳐가던 영국 국민들에겐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다. 정부는 때맞추어 ‘당근 먹고 건강하고 밤눈 밝아지자’라는 캠페인까지 벌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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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가꾸어 먹거리 생산을 늘이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빅토리 가든’ 캠페인 포스터.
당근도 보인다. 위키백과 자료.


당근은 식량 부족에 허덕이던 영국 국민들에게 좋은 대용 식량이 되었다. 단맛이 나서 부족한 설탕 대신 쓸 수도 있었다. 당근은 텃밭에서 키우기도 쉬웠다. 그리고 당근에 풍부한 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변한다. 비타민 A는 레티날이 되고 이것은 우리가 빛을 받아들이는데 쓰인다. 영양 부족에 시달려 자칫 야맹증이 생기면 국민들은 야간 폭격이나 등화관제 동안 활동에 지장을 받을 것이니 당근 먹고 야맹증을 예방한다면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정부는 당근 캠페인을 벌이지 않았을까?


당근이지!

시력-비타민A-카로틴-당근이 기묘하게 연결되어 당근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비타민 A 가 부족해 야맹증(夜盲症)이 생긴 경우라면 당근이 도움이 되지만, 정상인은 당근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눈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아니 어쩌면 정월 대보름날 우리가 즐겨 마시는 “귀밝이술”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참고로 귤 먹고 얼굴까지 노래진 우리 아이들은 밤눈이 밝아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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