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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의사의 취미생활

골프에 대한 소회
글_김희태(한양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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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 Hill Golf & Country Club, Chicago.


처음으로 골프장에 간 것은 1986년이나 제대로 골프를 연습한 것은 1988년이었다. 1989년 뚝섬 경마장에서 당시 김명호 (한양의료원 원장 역임) 신경과 과장님과 연습장을 다녔다. 뚝섬 경마장의 골프연습장은 1968년 44개의 타석과 3개 홀로 개장하여 9홀까지 확장하였다. 연습장을 잘 이용하던 중 경영난을 이유로 골프연습장과 골프장이 1996년 폐장하게 된다. 제대로 골프 스윙을 연마한 시기는 1991년 군 복무 시절로 국군 서울지구병원에서 근무하였기 때문에 쉽게 골프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과거 언더 스코어, 18홀 올파, 홀인원, 이글 등을 해 본 경험이 있으며 2002년 영국 런던에서 공부하던 중 허리를 다쳐 디스크가 생김에 따라 과거와 같은 스윙을 하지는 못하나 그래도 과거부터 지금까지 골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 학회에서 나에게 이 지면을 할애해준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골프채는 피팅 채이다. 우리 신경과 회원 중 골프 피팅에 대해 공부하고 실제로 할 수 있는 분은 아마 이분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 의료원의 안진영 과장님이 나의 골프채를 피팅해 주고 지금 골프채도 안진영 과장님 본인이 피팅하여 처음으로 필드에서 실전에 사용하다가 바로 당일 라운드가 끝난 후 바로 나에게로 아이언세트가 넘어오게 되었다. 지금도 안교수는 클럽헤드가 작은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당시 헤드가 약간 큰 골프채를 나에게 강제로 넘기게 되었다 생각된다. 골프채는 헤드도 중요하고 새로운 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스윙 스피드에 맞는 샤프트를 고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샤프트 강도가 맞아야 탄도, 스핀, 거리, 방향이 잘 조절될 수 있다. 골프에 대한 많은 내용이 있으나 학회 회원으로서, 아마추어로서 골프 및 스윙에 대한 생각에 대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사료되는 내용을 기술하고자 한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더 전문적인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If you watch a game, it’s fun. If you play at it, it’s recreation. If you work at it, it’ golf. (Bob Hope)
“Achievements on the golf course are not what matters, decency and honesty are what matters”. (Tiger Woods)


먼저 골프에 대한 잘못된 용어를 자주 사용하게 된다. 라운딩? 라운드, 티 박스? 티잉 그라운드, 몰간?멀리건, 라이-?브레이크 혹은 라인, 볼?포어 등이 흔히 잘못 사용하는 용어이다. 우리는 골프를 하면서 스윙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 개인 레슨 프로, 방송 레슨, 유튜브 영상 혹은 골프의 고수로부터 여러 가지 스윙 팁을 듣게 된다. 선후배 동료들과 골프 라운드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질문받은 내용과 골프 스윙에 대한 생각을 이 지면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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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스윙에서 스윙이란?

스윙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면 회전이라 할 수 있다. 스윙 하면서 몸을 끝까지 회전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프로 골프 선수에게도 항상 훈련하는 내용 중 중요한 것은 크게 회전하는 것이다. 회전을 크게 하면서도 빠르게 하면 비거리가 크게 향상된다. 그러나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범위가 되어야 어느 정도 거리도 일정하게 된다. 그리고 항상 기본이 되는 P, G, A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P=posture, G=grip, A=alignment 에 대한 기초를 잘 다듬고 스윙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여 골프를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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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윙이 너무 빨라, 힘을 빼고 천천히 스윙하라.

먼저 첫 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였는데 O.B.가 되었다. 주로 듣는 얘기가 “스윙이 너무 빨라, 힘을 빼고 천천히 스윙하라고”하는 조언이다. 정말 힘 빼고 천천히 스윙하면 원래 거리만큼 나갈까? 대답은 No. 스윙에는 템포와 리듬이 있다. 템포는 어드레스에서 백스윙?다운스윙? 임팩트? 릴리스? 팔로우스로우? 피니시까지의 시간 즉, 스윙의 총 시간이다. 즉 템포가 빠르고 늦을 수 있으나 빠른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스윙의 리듬은 백스윙의 순서(클럽헤드, 손, 팔, 어깨순서, 허리순서 혹은 손, 팔, 바디가 같이 돌면서 허리도 45도 돌아가는 순서)와 다운스윙의 순서(왼쪽 다리 허리 Lat muscle이 동시에 움직여서 체중이 왼발 쪽에 오게 하고 그에 따르는 팔이 내려와서 임팩트와 피니시가 되는 순서를 말한다. 리듬이 좋다는 것은 스윙 순서가 잘 지켜지는 것이고 템포는 전체 스윙시간인 것이다. 따라서 스윙 리듬만 잘 맞으면 템포가 빠른 경우에 더 멀리 거리를 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리듬이 제대로 지켜지는 한 빠른 템포도 매우 훌륭한 스윙이다. 천천히 스윙하라는 것의 본질은 본인이 리듬이 깨지지 않는 템포로 경직되지 않게 지금보다 조금 천천히 스윙하라는 조언인 것이다.


  2. 스윙에 힘이 들어가니 힘을 빼라고 조언한다.

골프 스윙 시 힘 빼는 데 3년이 걸린다는 말을 많이 하면서 동반자 스윙에 힘이 들어가니 힘을 빼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몸의 어느 부위에 힘을 빼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려주지 않는다. 주로 그립에 대해 즉 손목의 힘을 빼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손목의 힘을 빼야 임팩트 시 클럽헤드가 잘 회전하여 슬라이스 구질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아마추어는 임팩트 시 오히려 손과 손목에 힘을 주어 헤드스피드를 감소시키고 헤드의 회전도 잘되지 않는다. 잘 새겨들어야 하는 대목이다. 또한 손목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힘을 빼야 하는 곳이 더 있다. 바로 팔 어깨 그리고 목이다.
일부 프로선수는 임팩트 시 혀를 치아로 무는 동작을 하거나 숨을 내쉬면서 목과 어깨의 긴장을 풀기도 한다. 즉 우리가 힘을 빼야 하는 몸의 부분 중 어깨와 목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그립의 강도에 대해 오해하는 것도 있다. 어떤 프로선수는 그립 최고 강도를 10으로 생각하고 가장 약한 것 1이라고 가정할 때 2혹은 3의 힘으로 쥐라 하고 다른 프로선수는 6혹은 7정도의 힘으로 하라고 권유한다. 어떤 조언이 맞을까? 정답은 둘 다 올바른 조언이다. 요점은 어떤 그립 강도로 잡았을 때 임팩트가 스퀘어가 되고 클럽헤드 스피드가 최고로 나오냐는 것이다. 약하게 잡았을 때 훅이 초래되면 그 강도보다 더 강하게 조절해야 하고 강하게 그립을 잡고 스윙 시 슬라이스가 발생하면 그 강도보다 약하게 잡아야 한다. 물론 헤드 스피드가 적절하게 나온다는 가정하에서이다. 아마추어는 그립을 약하게 잡았을 때 헤드 스피드도 더 빠른 경우가 많다는 것은 생각해 볼 만한 얘기이다. 따라서 헤드 스피드와 구질에 따라 그립의 강도는 바뀌는 것이다. 물론 프로선수들은 훈련을 통해 손의 근력을 발달시켰기 때문에 악력이 센 경우 살살 잡는 경우가 많고 헤드스피드는 별 차이가 없지만 구질이 영향받는 경우(훅이 초래되는 경우) 그립을 좀 더 세게 잡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의 스윙의 스피드를 최고로 만들기 위한 그립의 강도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3. 다운 스윙시 오른 팔꿈치를 오른현 옆구리에 붙여야 하나?

오른쪽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기 위한 다운스윙 동작을 해서는 제대로 된 스윙이 되지 않는다. 프로선수의 임팩트 전 단계의 고속 촬영된 연속스윙을 보면 대부분 오른쪽 팔꿈치가 옆구리에 붙거나 붙이는 듯하면서 임팩트를 맞이 한다. 항상 오해하는 것이 연속촬영을 보고 그 일부분의 모습을 흉내 내면 정말로 틀린 스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즉, 어드레스가 잘 되어야 테이크어웨이가 잘 되고 그 다음으로 백스윙 탑이 제대로 완성되면 그 후 다운스윙이 적절히 되며 따라서 정확한 임팩트가 되고 그래야 제대로 된 릴리스가 된다. 잘 된 릴리스 후 완성된 피니시가 되어 훌륭한 골프 스윙이 완성되는 것이다. 즉 스윙은 어드레스에서부터 피니시까지 연속동작의 결과이다. 팔꿈치를 붙인 후 스윙하는 것은 다운스윙의 시작점이 팔꿈치에서 시작되어 임팩트를 지나 피니시 하는 스윙이 되어 제대로 된 스윙도 안되며, 스윙 스피드도 현저히 줄게 된다. 따라서 오른 팔꿈치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몸동작에 의해 팔꿈치가 붙여지면서 임팩트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올바른 방법은 다운스윙 초기에 체중을 왼쪽 발로 옮기기 위해 왼손과 왼쪽 허리, 왼쪽 허벅지, 왼쪽 발이 동시에 같이 움직이면서 펴진 왼팔과 함께 오른 팔꿈치가 오른쪽 허리로 가까워 진후 임팩트로 진행하는 것이다. 즉 팔꿈치가 붙여지는 것은 다운스윙 중 일어나는 과정이지 팔꿈치를 붙이기 위한 동작을 선행하는 것은 전체적 스윙에서 임팩트 전 동작을 강조하는 잘못된 스윙이 되며 임팩트를 블록하는 스윙이 되는 것이다.


  4. 어드레스와 임팩트 모습은 같은 것인가?

어드레스 모양과 임팩트 시 모양은 엄연히 다르다. 임팩트 시 아이언인 경우에는 클럽샤프트가 공에서 허벅지 쪽으로 기운 상태로 다운블로가 되어야 한다. 즉, 손이 왼쪽 허벅지 근처에 있고 체중은 왼쪽 발바닥 혹은 회전하면서 발뒤꿈치 쪽으로 간 상태에서 허리가 목표 방향보다 왼쪽으로 회전되어있어야 한다. 회전 정도는 임팩트 시 클럽헤드가 스퀘어로 공을 맞힐 수 있을 수 있는 전제하에 클수록 좋다. 임팩트전 상체와 하체의 비틀어진 각도 차이(=K factor)가 클수록 좋다. 백스윙 시는 상체와 하체의 꼬임차(=X factor) 가 클수록 좋다. 따라서 프로선수의 임팩트는 K factor을 크게 하기 위해 하체를 빨리 열어주고 상체는 될수록 스퀘어가 되도록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5. 헤드업 하지마라.

스윙에서 헤드업은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헤드업은 정말 머리를 위로 업(up)해서 오는 걸까? 스윙을 할 때 고개는 들리고 다른 신체 부위는 척추각을 유지하면서 스윙을 한다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럽다. 복부 또는 상체가 일어나거나(펴지거나) 하체가 위로 일어나게 되면 머리도 같이 위로 올라가게 된다. 즉 스윙시 자세(posture)를 유지하지 못하면 헤드업이 된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고개를 잡을 것이 아니라 척추각(spine angle)을 유지하면서 스윙을 하면 된다. 따라서 경추부 C7을 고정점을 생각하고 스윙을 하거나 머리의 상단부위에 뽀족한 것이 있다고 상상하면서 스윙을 하기도 하며 배꼽의 높이가 변하지 않게 하면서 스윙하는 것도 헤드업을 방지 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6. 스윙내내 공을 보고 임팩트 후에도 공을 끝까지 보라.

백스윙 내내 공을 보고 임팩트 후에도 공을 끝까지 보라고 조언한다. 백스윙 시 공을 보면서 하는 것은 옳다. 임팩트 시 공을 본다는 것은 임팩트 시 척추각을 유지하여 헤드업을 방지하는 목적도 있다. 척추각이 유지되면 자연스럽게 경추부 C7을 중심으로 목을 회전시키는 것이 오히려 부상도 방지할 수 있으며 임팩트도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임팩트 시 공을 계속 보는 것이 아니라 공을 주시는 하지만 자연스러운 머리의 회전이 더 좋을 수 있다. (머리의 회전이지 헤드업이 아니다.) 또한 백스윙 시 머리를 고정하고 볼을 너무 주시하면 몸의 회전이 잘못되어 reverse pivot이 초래되어 체중이 왼발 쪽에 남게 된다. 이때 다운스윙 시 오히려 오른쪽 옆구리가 펴지면서 임팩트 시 다운블로우 보다 thin shot, skull shot, fat shot등 미스 샷이 초래된다. 공을 계속 보면서 백스윙 한 경우 미스 샷이 초래된다면 머리를 미세하게 수평 이동하면서 백스윙을 하는 것도 미스샷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7. 골프 스윙시 리드하는 손은 왼손 혹은 오른손?

양손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 백스윙은 왼쪽 팔로 리드하는 것이 좋다. 다운스윙은 왼팔과 하체 허리가 함께 리드하지만 실질적인 임팩트 이후 스윙은 오른팔이 해야 한다. 또한 왼팔을 곧게 펴진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좋으나 경직되지 않고 펴져있는 것이 옳다. 다시 말해서 임팩트는 오른손이 주도해야 한다. 임팩트 시 바로 오른손이 왼손을 돌리는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긴 아이언 스윙 시 오른손이 관여되지 않으면 스트레이트 구질보다 슬라이스 구질 및 비거리가 나오지 않는 스윙이 된다. 임팩트, 릴리스 및 팔로우스루를 생각하면 임팩트 후에 팔로우 스루까지 오른손이 왼쪽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즉 오른손이 임팩트를 주도하고 그 힘에 의해서 왼손을 잡아 돌리는 형상으로 어깨도 임팩트 후 같이 돌아가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임팩트 시 손목의 힘을 빼고 스윙스피드를 최대한 내는 스윙을 해야 한다. 팔이나 손목에 힘이 들어가면 스퀘어 임팩트보다는 클럽헤드가 열려서 맞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손목 팔 어깨까지 힘을 주게 되면 공을 얕게 맞추는 미스 샷(thin shot or skull shot)이 초래된다.


  8. 백스윙시 왼팔을 펴서 탑스윙으로 가져가라.

왼팔을 피고 백스윙하는 것은 맞다. 문제는 경직되게 펴느냐 부드러움을 유지하면서도 곧게 펴는냐는 것이다. 팔을 펴야 스윙 반경이 커져 거리가 늘어난다. 부드러움없이 억지로 팔을 펴려고 하면 근육이 긴장하여 스윙 스피드가 줄어들어 거리가 줄어든다. 오히려 왼팔을 구부려 백 스윙을 하더라도 어깨의 긴장 없이 몸통을 꼬았다 풀어주면 스윙 스피드는 훨씬 빠를 수 있다. 이때 임팩트 시에는 팔이 펴지게 된다. 이렇게 팔의 긴장을 빼면 백스윙 때 어깨 턴도 잘 이루어질 수 있으며 다운스윙의 리듬과 타이밍도 좋아져 거리를 더 많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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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ress and Alignment


어드레스 및 정렬 시 우선 오른손으로 클럽헤드가 목표방향과 스퀘어가 되도록 해드의 바닥을 평평한 상태로 놓고 나서 왼손으로 그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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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act (Driver), Junior s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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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ian Resort Golf Club


미국 LPGA의 5대 Major 대회 장소인 프랑스의 에비앙골프 클럽으로 2018년에는 미국의 안젤라 스텐포드가 우승을 하였으며 대한민국의 김세영 선수가 공동 2위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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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pen, 2017


세계의 남자골프의 1등을 하는 하얀 모자, 검은색 바지의 Rory Mcilroy, 흰 모자와 회색 바지의 Dustin Johnson이 한 조로 경기를 치렀으며, 우승은 Jordan Spieth 하였으며 로리는 공동 4위, 더스틴은 공동 54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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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Liverpool Golf Club, 2014


The Open 개최지이며 2022년에 다시 The Open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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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ident Cup 2015


프레지던트 컵은 2년 마다 미국대표선수와 유럽을 제외한 국제연합 선수와의 시합으로 사진에서 노란색 상의를 입고 있는 대한민국의 배상문선수는 2승 1무 1패를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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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fe B;rain

샤를 푸아를 아시나요?
글_박지욱(제주 박지욱신경과의원)
 

필자는 1990년대 초에 신경과 전공의 1년차가 되었습니다.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네요. 한참 어린 후배들에게 당시의 풍경을 들려주면 <조선왕조실록> 이야기를 하나보다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풍경과 지금의 풍경이 그만큼 다르다는 것은 우리 신경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반증이겠지요? 그래도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어 하나 들려 드리려 합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에는 응급실에 뇌경색 환자가 오면 환자의 임상 증상을 가지고 뇌경색의 위치와 막힌 혈관을 알아내려는 노력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는 응급 MRI가 없었던 데다가 CT란 것도 뇌경색이 생기고 3일이나 지나야 음영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전이라도 환자의 병변을 정확히 알아야 했으니까요.

그 무렵 우리 1년차들은 뇌경색 환자의 임상증상을 모두 모아놓고 <애덤스>를 펴서 밤새 일종의 ‘퍼즐 맞추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진찰만 정확히 했다면 아주 정확히 병을 집어낼 수 있을 정도로 그림은 정확했는데, 그땐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볼 여유는 없었지요. 최근에 그림을 처음으로 그리고 완성한 신경과 의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샤를 푸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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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푸아_위키백과 자료


샤를 푸아(Charles Foix; 1882~1927)는 파리에서 활동한 신경과 의사다. 살페트리에(Salpêtrière)병원에서 샤르코(Jean-Martin Charcot; 1825~1893)의 제자인 마리(Pierre Marie; 1853~1840)의 제자로 ‘샤르코 학파’의 전통 속에서 성장했다. 환자를 철두철미하게 진찰하는 임상의사이자 의학의 새 장을 열어가는 연구자로 수련을 받았다는 뜻이다. 당시에 ‘파리 학파’의 의사들이 다 그렇듯 푸아 역시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죽으면 환자를 부검했고, 환자의 생전 임상 징후들과 뇌의 병리 소견을 살펴 가며 질병을 연구했다.

어느 날, 푸아는 시상(thalamus) 경색 환자들의 뇌를 살펴보던 중 많은 환자들에게서 측두엽과 후두엽이 함께 망가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시상 경색은 이미 10년 전에 역시 샤르코학파의 데제랭과 루시가 발견해 정리한 증후군(Dejerine - Roussy syndrome)으로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뇌의 다른 부위가 함께 손상된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그는 이 사실에 흥미를 품고 뇌 동맥의 주행과 해부학을 자세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를 통해 푸아는 후대뇌동맥(PCA)이 시상은 물론이고 시각 피질, 측두하엽, 뇌량팽대부(splenium of corpus callosum)까지 혈액을 공급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혈관이 막히면 이 모든 구조에 동시에 경색이 생기는 것이었다. 푸아는 뇌졸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뇌 해부학이 아닌 뇌혈관의 해부학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뇌졸중을 혈관에 따른 증후군(vascular syndrome)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후대뇌동맥(PCA)에서 시작한 푸아의 뇌혈관 연구는 전대뇌동맥(ACA), 중대뇌동맥(MCA), 전맥락막동맥(anterior choroidal artery)으로 확장되었다. 그의 연구는 정해진 틀을 따라 통일성 있게 진행되었다. 제일 먼저, 목표 뇌동맥의 주행과 분지의 해부를 확인했다. 그 다음에 해당 동맥과 분지들이 피를 공급해주는 지역의 구조물과 신경 핵(structures and nuclei)을 확인했다. 푸아는 동맥에 물감이나 조영제까지 주사해 육안은 물론이고 현미경과 방사선 촬영까지 해서 정확한 주행을 확인했다. 제일 마지막으로 뇌의 부위에 따른 임상 징후의 차이를 확인했다.

푸아는 끈질긴 연구를 통해 해부학-임상관찰-병리 소견이 하나로 꿰어지는 귀중한 설계도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우리 신경과 의사들은 환자의 증상만을 가지고도 뇌의 어느 곳이 망가졌고 그 원인은 어느 혈관의 어느 부위인지 훤히 내다볼 수 있게 되었다(anatomico-clinico-pathologic correlation). 푸아가 만든 뇌혈관의 지도 덕분에 우리 신경과 의사들은 topographical diagnosis를 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다른 임상과 의사들이 신경과 의사들을 부러워하는 그것, 사진 안 보고도 다 알게 해주는 ’수정구슬’을 우리에게 유산으로 남겨준 이가 바로 푸아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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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살페트리에 병원_위키백과 자료


푸아는 참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남프랑스 시골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귀족적인 풍모, 좋은 목소리, 문학과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언제나 인기가 좋았고, 그러면서도 매우 가정적이었다. 하지만 45세에 충수염에 합병된 복막염으로 요절하고 말았다.

뇌졸중 연구의 권위자인 캐플란(Louis R Caplan; 1936~)은 푸아를 ‘최초의 현대적인 뇌졸중 신경학자(the First Modern Stroke Neurologist)’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현세의 후계자로 피셔(Charles Miller Fisher Fisher;1913~2012)를 지목했다. 하지만 캐플란 역시 푸아의 후계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CT나 MRI가 없던 시절에도 뇌졸중 환자를 보고 푸아의 그림으로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했던 장본인들이니까. 그러고 보면 모든 신경 뇌졸중 전문의(stroke neurologist) 아니, 모든 신경과 의사들이 푸아의 정신적 후손들일 수밖에 없다.


요즘은 응급실에서 이전처럼 그렇게 꼼꼼한 신경학 진찰을 할 필요는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시간 낭비(?) 할 것 없이 응급 MRI를 찍으면 다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CT/MRI도 없던 시절에도 뇌졸중 신경학이 꾸준히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푸아가 우리에게 남긴 뇌혈관 지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않고 지내 왔으니, 마치 아주 유용한 앱을 공짜로 쓰고 있는 것 같아 아주 많이 빚진 기분이 듭니다.

지금도 파리에는 샤르코, 마리, 바빈스키, 푸아가 일했던 살페트리에병원이 남아있습니다. 그 병원의 병리 연구실은 그의 이름이 붙어있어 그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파리 시내에는 그의 이름이 붙은 병원도 있습니다(L'hôpital Charles-Foix). 머지않은 날, 파리에 가면 고풍스러운 그 병원에 가보고 싶습니다. 자신이 ‘푸아의 후계자’라고 자신하는 분들이라면 그곳에 꼭 가보시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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