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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정년을 맞이하며…

글_이병철 (한림의대 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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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가 법정 전문과목으로 독립한 후 비교적 초기세대로 전문의가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의료인들조차 신경과와 정신과를 구분하지 못했고 진료영역에 있어서 내과, 신경외과, 정신과와 겹치는 분야가 많아 이들 관련과들과의 갈등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국내 사망 주요 질환의 하나인 뇌졸중, 고령사회의 주요 질환인 치매와 파킨슨병 등, 또 뇌전증, 다양한 말초 및 근육질환 등을 다루는 신경과는 작금 의료의 주요 진료과목이 되었고 이제는 국가 보건의료정책 주요 관리 대상 질환을 담당하는 중심 분야가 되었습니다.

1990년 한림의대로 혈혈단신 부임하여 처음으로 신경과 진료를 개설하고 신경학 강의를 시작하였습니다. 끈질기게 의료원 운영진을 설득하고 관련과들의 견제를 이겨내며 의료원 산하 5개 병원에 차례로 신경과를 개설하였고 이제는 30여 명의 교수진으로 이뤄진 막강 한림의대 신경과학교실을 이룩하였습니다. 그간 교실을 거쳐간 수많은 제자들이 도처에서 각자의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볼 때 벅찬 보람을 느낍니다.

교육부 지원연구비(1998)를 어렵게 얻어 의료원 통합 Hallym Stroke Registry를 구축하여 국내 처음으로 전향적 다기관 뇌졸중 병원 기반 임상역학연구를 시작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전국적인 Korean Stroke Registry(대한뇌졸중학회 주관)로 발전시켜 지금까지도 국내 뇌졸중 역학 및 임상적 양상의 추이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지원 뇌의약학 중점공동연구과제 “뇌졸중 다기관통합 자료관리체계 구축과 진단 및 치료기술개발” (1999~ 2002)의 주관연구책임자를 시작으로 “한국인 두통의 병인기전 규명과 새로운 치료기술 개발을 위한 임상적, 역학적, 유전학적 및 실험적 연구”(2002~2005)의 세부연구책임자, 뇌졸중 임상연구센터, 6세부 과제 뇌졸중 임상연구 지원을 위한 다기관 전산 네트워크 구축과 뇌졸중 표준 진료지침의 유효성 평가를 위한 통합 환자관리 전산 시스템 개발(2006-2015)의  연구책임자, 빅데이터를 활용한 뇌졸중 예후 예측 및 관리 모델 개발(2016~2020)의 세부 연구책임자를 맡았습니다.
지금까지 400여 편(201여편의 SCI 급 국제 학술지와 200편의 국내 학회지)의 논문 업적을 이뤘고 20여 편의 석박사 논문을 지도하였습니다. 최근에는 대규모 다국적 공동임상연구에서 우리나라 대표 책임연구자로 참여하여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두 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고 2019년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이 되는 영광도 얻게 되었습니다.

대한신경과학회에서는 1994년 홍보위원장을 맡으면서 학술이사(1998) 법제이사(2000), 정보이사(2003), 부이사장(2014)를 거쳐 이사장(2016) 직을 맡았습니다. 임기 동안 신경과학의 학술적 발전과 국제화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신경과에 대한 국민적 인지도 향상, 신경과 진료영역에서의 의료수가 개선, 수련 후 진로 확대 및 회원의 진료역량 강화 등을 위한 다양한 학회 활동에 매진하였습니다. 학회의 사명은 학술발전과 수련교육 이와 더불어 회원 권익 보호입니다. 학술 발전에만 힘을 쏟으면 전체 회원으로부터 멀어지고 권익 보호에 치우치다 보면 학술단체로서 본연의 색을 잃고 단순히 이익단체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뚝 선 우리 신경과학회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며 그간 애쓰신 여러 선배 임원진 분들과 현 임원진, 그리고 모든 회원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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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한신경과학회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호칭생략) 고임석, 박성호, 이병철, 전범석, 성정준


의사를 천직으로 알고 환자를 진료하면서 늘 마음속에 담고 있어야 할 구절이 있습니다. “Premium Non Nocere”. 희생과 봉사로 환자를 돕되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고대에서부터 의사윤리의 바탕이었으며 지금도 “최선의 진료”를 행함에 의사가 간직해야 할 으뜸 정신입니다. 임상의료지식은 과학적 근거 중심에 바탕을 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무한한 정보의 바다에 떠다니는 수많은 의료 정보를 접하면서 옳은 것을 제대로 걸러낼 수 있는 능력(비판적 검토; critical appraisal)을 전공의 시절 필히 키워 놓아야 합니다.

의학의 세분화와 의료의 세분화는 다른 문제입니다. 의료는 병을 가진 환자를 보는 것이지 환자가 가진 병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의 의료교육체계에서는 진료 분야가 지나치게 세분화 되었고 신경과도 예외가 아닌 거 같습니다. 세부전문의라 하더라도 해당과 전체 진료 분야에 대한 진료역량은 필히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제 정년이 되어 교수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신경과 의사로서 더욱 완숙하고 노련하게 환자 진료에 임할 것이며 지금까지 와는 다른 방식과 다른 방면에서 제 자신의 부족함을 메꾸면서 신경과학회 회원 여러분께 봉사할 수 있도록 무단히 노력할 것입니다.
대한신경과학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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