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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경과학회 정경천 교수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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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선 요즘 선생님의 근황은 어떠신지요? 오랫동안 경희대병원 신경과를 설립하여 책임을 맡으셨고, 신경과학회 이사장으로서 학회의 발전을 위해 애를 쓰신 것은 저희 후학들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정년 퇴임 후의 생활에 대해 말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경희대병원을 2013년에 퇴직하고 신경과의로서 아담한 개업에 꿈이 있었으나 도중에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봉직의사들께서 정년 이후를 말년의 휴식기로 치부하지만 그 여정이 예측보다는 긴줄을 모르고 그것까지 포함하는 밑그림을 세밀히 그려내지 못한 탓이겠지요. 대학병원에 재직 당시에는 신경과의들이 지나치게 영상검사에만 의존하고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경학적인 진찰을 도외시한다고 안타까와 했었지만, 막상 개원가에 나서 보니 영상장비는 필수적이었습니다. 초창기부터 학회와 함께 동거동락했던 연배들끼리라도 다시모여 조그마한 클리닉을 꾸리고 우리만의 공간에서 계속 만나고 협업까지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꿈이 있었지만, 노년의 개원은 생각보다 않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MR장비에 대한 필요성과 그 부담이었으며, 기기값 뿐만이 아니라 그 유지보수는 혼자서 감당할 수가 없다는 계산이었으니까요. 방황 중에 다행스럽게도 동인병원에 초빙 제안을 받게 되었고 산수가 수려한 강릉에서 니의 어린 시절을 어렴풋하게 떠올리면서 자연과 벗 삼아서 3년을 훌쩍 보내고 서울에 돌아왔습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하나 봅니다.
마지막 둥지를 틀게 되나 하고 남쪽행 열차를 타며 목포중앙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나 여러가지 제한이 있어서 1년 여를 채우자마자 다시 서울에서 여생을 채울 요량으로 돌아왔습니다.
현재는 동두천중앙성모병원 신경과에서 외래를 지키며 3개월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정년 이 후 이제야 참다운 인생사를 경험하고 세상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강화 섬 초입에서 친지부부께서 몸소 이끌고 있는 병원과 강릉병원에 있었던 동안에 매주 시간을 정해 찾았던 요양원들이 많이 생각납니다. 종착역에 다달은 노후를 그곳에서 보내시던 많은 환자분들이 눈에 선하고, 정년 후 논현동에 있는 이태규 신경과의원에 먼 곳까지 오랜 동안 찾아주시고 함께 하셨던 한 분 한 분들을 떠올릴 때면 마냥 제 가슴이 벅차 오르기도 합니다. 그 때 마다 저와 인연을 맺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다하지 못한 개인적인 아쉬움과 함께 이토록 미흡하기만 한 저에게 한껏 기회를 허락하신 모두 앞에서 머리를 숙여 깊히 반성합니다.

돌이켜 보면 안타깝고 후회스러웠던 게 너무 많지요. 저 자신으로만 보면 신경과학회에서도 욕심만 부리면서 무딘 칼에 날만 새우려고 몸부림했던 꼴 이었습니다. 폭 넓게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 배려가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각자 회원들께서 함께 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능동적으로 신경과 개업을 횔상화해야 할 때입니다. 누구라도 한 구심점이 되시어 그 지표와 분위기를 조성해주셨으면 하고 제언합니다. 최근 김주한 선생님께서 여러 어러움을 털고 강남에 수면 클리닉을 개설하신 용기에 찬사를 드리며 함께 도와 주시기 바라면서, 신경과 개업이 활성화 되는 한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성남에 사무실을 내신 이광우 교수님께서도 조용한 첫 걸음을 내디딛으셨읍니다. 축하드립니다.


2. 이번호부터 대한신경과학회보에서는 신경과 의사회와 같이 개원아카데미를 통하여 개원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알려 드리려 합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개업과 관련한 당부의 말씀 또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과거 1980년대 신경과의 출발은 그 저변이 그렇게 녹녹하지 만은 않았었습니다. 우선 사회적 분위기나 환자와 가족들에게 신경과와 정신과가 잘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분리 독립되어 신경과는 오래 가지는 않았으나 서자로 서러움을 받았고, 이웃 인접분야인 신경외과는 이미 기존세력으로 매우 드센 황소 격이었지요. 내과는 한 울타리 안에 있는 본가라고 기대보려 해도 같은 자식으로 어우르지 못하고 뒷짐지고 관망하는 분위기이었으며, 함께 출발했던 재활의학의 조용한 도전력도 그냥 만만하지는 않았었습니다. 숫적으로도 열세이지만 신경과인들 모두가 동류의식으로 자연스럽게 뭉치고, 각자가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 자기분야를 먼저 숙지하고 개척하며 묵묵히 제 위치를 지키면서 무엇보다도 환자들과 함께 해올 수 있었음을 자부합니다만, 각 분야간의 이견들을 표면화하지 않고 수긍하면서, 사회환경과 환자, 노령층을 상대로 하여 신경과가 어떤 진료를 보는지, 어떤 환자들이 신경과를 내원해야 하는지를 알리는 일로 시작되는 홍보활동이 우리에게 절실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신경과학회의 역대 임원들과 회원들께서는 모두 노인 건강 교실과 같은 현장 강연을 통한 홍보활동을 진행하였고 사회단체들의 집회에도 참여가 중요하였습니다. 그 때 묵묵히 위치를 지키시며 흔들림 없이 이끌어 주셨던 초창기 학회 원로님들의 중후한 식견과 그 때 당차고 추진력 있던 중견들도 이제 정년을 맞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의 소장 구룹들의 학술활동과 집념들이 우리 신경과의 초석으로 빛을 비추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결과가 이제 ‘과거의 신경과가 아니다, 많이 달라졌다’라고 평가 받는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인 홍보와 환자를 긍정적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2020년 현재 신경과에 필요한 사항이 무엇일까를 자문하였을 때, 제가 종합병원봉직의, 요양병원과 재활전문병원의 신경과의, 개원의, 그리고 요양원의 자문의 등 각 분야에 서보니 우리의 수련교육에 이념, 이론보다도 뭔가 현실성있는 실체가 부족하지 않나하고 느껴왔습니다. 이번 개업을 잘 할 수 있는 교육은 제가 먼저 이수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추진되고 있는 학회의 개원아카데미는 매우 시기 적절한 주요한 행사가 될 것입니다. 신경과 레지던트 시절에 주요 시간을 뇌졸중환자들의 진료에 매달리고 교육의 골격이 되는 세부 신경과 분야에 대한 실기교육이 다소 도외시되어 왔으며, 특히 개원을 준비하려는 젊은 회원에게는 그 관점이 다를 수 있어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은 우리 모두의 줄기찬 요구이였습니다. 신경과가 추구하는 인간의 안녕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염원을 지키며 나날이 달라지는 뇌과학과 임상의학을 보다 구체적으로 현장감이 있는 교육체계로의 변신을 시도해야 할 때가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신경과 분야에서 1차 진료를 맡는 개업현장에 서게 되면 다양한 질병군의 환자들과 여러가지 호소들을 대하게 되는데 그 동안 마련해 주신 여러 질환에 따른 진료지침서들이 임상진료의 안내서로의 역할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아쉬움이 많있습니다. 저의 눈으로는 임상의 현장에 약물의 오남용이 너무 심각한 상태로 보입니다. Donepezil, Choline enhancers, hypnotics, SSRI 나 여타의 항우울제 등, 언젠가는 한번쯤 깊는 토론이 필요하고 각자가 재정립하는 계기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신경과에서 흔히 쓰이는 약물들에 대한 깊이있는 평가조사가 학회차원에서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치매의 경우를 보면, 복지사회의 구현이라는 사회적 사명으로 정책입안자들의 성급함에 이끌려 해당 임상진료가 근거의학적 뿌리가 너무 미진하고 아직 각양각색이라서 안타갑기만하다. 이제는 사회정책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은 만큼 우리 학회가 뒷짐을 풀고 전문가적인 견해로 나서야할 때이라고 생각됩니다. 우선 노령인구의 대부분을 치매나 인지장애 집단으로 묶어 정책을 입안하는 대상군의 선정부터가 신경학적으로 병인에 따라 세분화되어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제 신경과학회는 소위 치매사업이라고 하는 복지정책에서 신경과의 임상을 구분하여 병인에 따라 세분되는 신경과적 진단지침을 마련하고 하고 치료와 예방적 계획을 세우는 지침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고 회원들을 이끌어야 하겠습니다. 이제는 choline enhancers에 대해 약물효과에 대한 임상적 평가작업이 학회적 사업으로 진행되야 할 때입니다. 사회의 모습도 점점 개인화하고 함께 모여사는 전통적인 대가족 단위가 이미 와해되고 7-80대의 노부부나 독거노인으로 내팽개쳐진 이들의 인지장애를 사회의 따스한 손길과 함께 더불어 살고 신경과 임상의들은 본연의 질환과 환자만을 책임지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명확한 진단 없이 치료자 자신들도 어떠한 진료에 임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현실에서 결국 약물 처방에 의존하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위해 또다른 구체적인 진료 지침이 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있을 개원아카데미가 일선에 서서 묵묵히 일하는 우리 신경과 회원들에게 현장감있고 실질적인 교육에 장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우리의 수련교육체계에 변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개업을 준비하고 계시는 회원들께서는 신경과 전문의로서의 긍지와 신경과만 지킬 수 있는 정체성을 굳건히 유지하시기 바라면서 1차, 2차 예방을 통한 뇌졸중 영역이 신경과의 개업가에 손이 닿아 있음을 잊지마시기 바랍니다.



3. 마지막으로 후학들에게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신경과 의사로서의 방향을 제시하신다면,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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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보험을 이슈로 당시 밀어부치기 식의 정부정책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던 신경과학회가 그때 정책기조에는 찬성하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우리가 겪어야하는 노령사회의 깊은 문제로 머리를 맞댈 수 있었다면 오늘이 다소라도 다르지 않을까하고 참회하기도 합니다. 신경과학회를 아끼시고 이끄시는 분이라면 항상 우리가 함께 가는 길에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이상을 지키시도록 부탁드리며 힘을 얻도록 기도합니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정부의 의료정책과 우리 신경과가 추구하는 이상과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보다는 도덕과 윤리관에 따라 우리 신경과가 추구하는 정의를 함께 실현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정책이라도 우리의 방향과 항상 같을 수는 없고, 항상 옳은 길을 택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결국 사람을 통한 일이기 때문에, 정책은 담당자에 따라 그 방향이 정해지기 마련이고, 단편적으로 보면 부정적인 경우가 더 많지요. 이때 전문적인 지식을 통해 모든 신경과 회원들이 한 목소리로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신경의학의 많은 세부분야의 학술단체들을 아우르는 신경과학회가 신진들의 교육을 선도하여 신경과 학회에 걸맞는 정의구현을 위해 매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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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의사 출신 감사원: 권용욱 감사관

글_권용욱(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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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뉴스와 인터뷰_권용욱 감사관


1. 권용욱 감사관님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권용욱입니다.
저는 전남의대 졸업하고,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신경과 전문의 자격 취득 후, 질병관리본부에서 역학조사관으로 군 복무를 하고, 서울 관악구 보건소에서 근무하다 2016년부터 감사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2.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수련까지 모두 마치시고 신경과 전문의까지 취득하셨습니다. 10년이란 시간동안 의학적 지식을 마주하며 살다가 신경과 의사가 아닌 국가 공직, 그 중에서도 감사관으로 전향하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지금은 법인화가 되어서 많이 달라졌지만, 법인화 이전 제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에는 병원 시설이 좋지 않았고 주로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우신 분들이 많이 오셔서 진료를 받으셨습니다. 어린 미혼모, 노숙자, 외국인 노동자 등 경제적으로 어려우면서도 소외계층인 이들을 진료하면서 개별적·사후적으로 진료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런 분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게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에 사회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서 공무원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처음에는 보건복지부에서 정책과 제도를 다루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역학조사관으로 일하면서 정부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정책 의사 결정 과정 등에서 간혹 발생하는 안타까운 점들을 보고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겠다는 생각에 감사원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3. 2017년도에 감사원의 감사관으로 임직하신지 3년이 지났습니다. 생소한 직업인 감사원, 어떤 업무를 하시는지요? 신경과 또는 의학적 지식이 업무에 도움이 되시는지요?


감사원은 헌법과 감사원법 등에 따라 국가의 세입·세출 결산을 검사하고, 국가기관과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를 상시 검사·감독하여 그 집행에 적정을 기하며, 행정기관의 사무와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여 행정 운영의 개선·향상을 도모하는 일을 하도록 되어 있어 소속 감사관은 이와 관련된 업무의 실무를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감사관으로 일하면서 지적한 사례를 말씀드리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감사를 하면서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업무를 통해 희귀난치성 질환자 자료를 확보하고도 장기요양보험료 경감 업무에 활용하지 않아, 보험료 경감 혜택을 받아야 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보험료 경감 수혜자에서 누락된 것을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 감사를 하면서는 임산부, 노인, 어린이 등 건강 위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보건용 마스크 착용으로 숨쉬기 힘들 때를 대비하여 보건용 마스크(KF 마스크) 사용상 주의사항을 표시하도록 제도 개선을 식약처에 권고하였으며 실제로 식약처에서 관련 내용을 보건용 마스크 제조업체에 표시하도록 규정을 보완하기도 하였습니다.

감사를 통해 이와 같은 지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의사로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희귀난치성질환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민할 수 있었고, 임산부 등에게 발생할 수 있는 혹시 모를 위험을 생각하고, 이를 고려한 제도 개선을 권고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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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감사관으로서 즐거웠던 에피소드 또는 힘들었던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의사 출신 감사관이라고 해서 항상 보건의료분야만을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보건의료분야 감사를 하더라도 한정된 시간 안에 감사 분야를 공부하고 문제점을 발견하여 개선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감사 업무의 특성상 진료업무와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매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감사관으로서 근무하는 이유는 감사 업무가 불합리한 상황을 합리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사례를 들면 건강보험공단 감사를 하면서 공단이 본인 부담금 상한제 제도를 제대로 운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본인 부담금 상한제는 건강보험 혜택이 없는 각종 비급여와 선별 급여 항목 등을 제외하고,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가 소득 수준에 따라 책정된 상한 금액을 넘으면 그 초과분을 돌려주게 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건강보험공단의 업무 미흡으로 1,095명에게 11억 4,000여 만원의 사후환급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또한 이들 중 30%는 건강보험료 부담 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로 조사되었습니다. 이에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본인 부담금 상한제 취지가 퇴색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대상자에게 사후환급금을 돌려주도록 하였습니다.

이처럼 감사를 통해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었던 점이 감사 업무를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인 것 같습니다.



5. 권용욱 감사관님과 같이 신경과 의사가 아닌 제2의 길을 가시는 분 또는 다양한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신경과 의사가 저와 같은 공무원이 되는 것은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자영업으로 전업하는 것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회사 및 정부에서의 경험이 자영업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일하는 것이라 회사 등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분이 자영업에서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의사에서 공무원으로 진로를 바꾸는 것도 유사하게 의사라는 경험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의사의 경험을 살리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행정학, 경제학 등 기본적으로 자신이 지원할 분야의 공부도 해야 하고, 질병관리본부 등 공공기관에서 연구원 등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도전할 수 있는 분야인지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약 행정업무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이 드시면 공무원을 꼭 지원해 보십시오.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자신의 역량을 키울 기회도 많기 때문입니다.



권용욱 감사관 다른 인터뷰

1. [감사원] 감사관의 특별한 사연들 ‘감사관이 되기까지!alt 

2. “의사가 아닌 감사관의 눈으로 복지부를 바라 보면요…”-히트뉴스a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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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스마트" 프로그램의 개발 과정

글_정혜민 (두신경과 의원, 임상병리사)



"전정재활치료" 또는 "맞춤전정운동"은 어지럼증을 운동으로 치료하는 방법으로, 많은 경우에 어지럼증의 treatment of choice 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의료기관 내에 별도의 공간과 숙련된 치료사가 필요하여, 이렇지 못한 의료기관에서는 이 치료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공간과 인력이 없이도 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간략형 전정재활치료"입니다. 그런데, 이 간략형 전정재활치료를 이론적으로만 알아서는 실제 치료에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로 만든 것이 "두 스마트"이며, 여기에 비용과 시간을 적지 않게 쏟은 후, 이제야 겨우 쓸 만하게 되었기에, 그 개발과정을 적고자 합니다. 자화자찬이 아닌 객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자, 한병인 원장이 아닌, 개발과정에 참여한 직원이 썼고, 글 중간중간에 '원장님' 이란 호칭과 존대어가 나오는 데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 한병인(두신경과의원 원장)



2011년에 발표된 '전정재활치료 리뷰'라는 논문을 바탕으로, 약물치료보다는 운동치료로 어지럼과 균형장애를 개선하고자 원장님께서 직접 운동 영상을 만드셨다. 비디오카메라를 세워놓고 자신이 직접 동작을 하여 촬영하신 것이다. [사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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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은 약물치료를 받으러 오셨다가, 운동을 따라 하라고 하면 의아해하셨다. 무조건 약물 치료가 최고라고 생각했던 분들은, 평생 드시던 약물을 끊고 어지럼 치료를 하게 된다. [사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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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지럼 운동치료

이것이 다른 의원과 차별화된 "두 신경과”만의 운동치료였다. 2016년에는 전문 무용가와 촬영감독에게 의뢰하여 운동 영상을 제작하는데, 기존에 원장님이 만드셨던 동작들을 무용가가 재현하여 만든 것이다. [사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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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가가 재현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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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하기 전에 직원들이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만들어 무용가와 감독에게 미리 보내고, 심지어는 직원 한 사람이 직접 모델 역할을 하여 촬영하기도 하여, 훌륭한 영상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아무리 멋있어도, 과거에 원장님이 출연한 영상에 익숙한 환자들이 새로운 영상을 보면 신뢰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고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무용가의 정확한 동작과 함께, 안내 멘트와 자막이 나오는 영상을 따라 해 보신 환자분들은 의외로 아주 만족해하셨다. 심지어는 더 이상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분들이 검사실에 오셔서, 저번에 했던 운동 영상을 틀어 달라고 하시는 경우도 있었고, 의원에 오신 김에 운동을 하고자 하는 분들도 계셨다. 영상을 달라고 하시는 분이 많이 계셔서, 영상이 게시된 유튜브 주소를 알려드리거나, USB 메모리에 담아드리거나,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을 하시게 하기도 했다. 이런 분들이 많아져서 나중에는 "간략형 전정재활치료" 앱을 전문가를 통해 만들어서, 동영상을 원하시는 분께 알려드렸다.

2017년에 “간략형 전정재활치료와 맞춤전정운동”이라는 책을 원장님께서 출판하셨다. [사진4]

이 책에 운동 영상을 캡처한 사진들을 넣었는데, 사진이 많아서 모든 직원들이 편집에 참여해야 했다. 내용에는 어지럼증의 운동 치료뿐 아니라, 노화로 인한 전정기능저하의 예방에 관한 것도 있어서, 내원 하신 분들 중에서 이 책을 구입하고자 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이 책은 치료자에게는 전정재활치료에 대한 지식을, 일반인에게는 노화 방지를 위한 운동방법을 알려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 치료가 필요한 환자분들이 늘어서 고민에 빠졌다. 간략형 전정재활치료의 기본 원리는 운동 영상을 따라 하면서 따라 하기 어려운 동작을 찾고, 그의 원인이 되는 전정기관이나 근골격계의 문제를 해결하여, 결국엔 그 동작을 익숙하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치료가 통상적인 치료법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치료자가 운동 영상을 쉽게 선택하고, 실행했던 동작들과 성적을 기록하고, 다음 내원 시에는 과거의 기록을 참고하여 새로 필요한 동작들을 실행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간략형 전정재활치료를 소프트웨어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2019년 봄에 "간략형 전정재활치료"를 쉽게 적용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두 스마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사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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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스마트 프로그램

미래를 생각해서 윈도우10에서 돌아가도록 만들었는데, 현재 사용하는 PC의 대부분이 윈도우7이었으므로, 거의 사용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20년 2월 말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여 갑자기 의원 업무가 줄어들었는데, 이때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지 않고, 그 시간을 미래에 투자하고자 하였으니, 그중에 하나가 "두 스마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오류를 찾아내어 제작자에게 알리고, 불편한 점도 개선하고, 사용자 매뉴얼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운동 목록에서 운동을 여러 개 선택하고, 재생 버튼을 클릭하면 여러 동작을 연속하여 실행할 수 있다. 그리고 영상의 속도를 조절하여, 동작을 빨리 혹은 천천히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또한, 동작을 실행할 때마다 기록이 되어, 지난번에 어떤 동작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엑셀을 이용하여 "두 스마트 플로우 차트"도 만들었는데, 치료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사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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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스마트 플로우 차트

담당 직원이 차트에 방문 날짜와 그날에 실행한 운동들을 체크하고, 각 동작마다 환자의 실행 상황을 기록하여 서브에 저장하면, 원장님이 평가사항과 숙제 운동을 추가하게 된다. 환자가 다음에 내원하면 그 파일을 열어서, 이전에 하기 어려웠던 동작들을 한 번 더 하게 하거나 새로운 동작을 하게 하여, 환자가 지루해하지 않고 즐겁게 치료에 참여하게 한다. "두 스마트 프로그램"과 "두 스마트 플로우 차트"로 직원들이 쉽게 간략형 전정재활치료를 실행할 수 있고, 환자들도 안전하고 흥미 있게 치료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어지럼이나 평형 장애 환자들이 처음엔 어렵게 여기던 동작들이, 매회 치료 후에 점차 향상되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그분들이 땀을 흘리면서 운동에 만족해하시는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하다. 2019년 가을에는 “간략형 전정재활치료와 맞춤전정운동”의 영문판인 "Simplified vestibular rehabilitation therapy"를 네덜란드의 Springer사에서 출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 모두가 원고 작업에 참여하였다, 한글판보다 사진을 더 많이 넣게 되어, 직원들이 직접 모델과 사진 기사 역할을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작업을 마쳤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두 스마트 프로그램"이 외국에도 알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도 "두 스마트 프로그램"의 개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더욱 효과적이고 사용이 편리한 소프트웨어로 만들기 위해 원장님과 우리 직원들은 계속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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