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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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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신경과학회 홍승봉 이사장




존경하는 대한신경과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COVID-19으로 인하여 회원님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 마음이 답답합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잘 버티어 주시고, 전국 병·의원에서 환자 진료, 연구, 교육에 최선을 다하시는 모든 회원님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1982년 대한신경과학회가 창립된 후 이제 39년이 다 되어 갑니다. 신경과는 그동안 진료 및 학술활동, 연구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사가 짧은 만큼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의료계 및 정부, 사회에 대한 신경과의 위상과 영향력은 높지 않습니다. 또한 국민들의 신경과에 대한 이해와 인지도는 내과, 정신과, 신경외과 같이 확실하게 자리매김하지 못하였습니다.
앞으로 국민들에게 신경과를 정확하게 알리고 인지도를 높이는데 더 노력하겠습니다.
사회적으로 신경과의 위상과 영향력을 높이기 위하여는 5-10년에 걸친 장기 계획과 이를 꾸준히 시행할 신경과발전위원회의 발족이 필요합니다. 지금과 같이 2년마다 임원진이 바뀌면서 새로 시작하는 형식으로는 정책의 계승 발전이 어렵습니다. 이사장이 바뀌어도 장기적인 발전 계획과 정책을 지속적으로 수립하고 이행하여야 신경과의 위상이 미국과 같이 높아질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는 미국, 유럽 등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나라들의 신경과 발전을 벤치마킹하고 모델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새해 초에 신경과발전위원회를 구성하겠습니다.
신경과는 정신과에 비하여 진료량이 많고, 응급 환자를 보아야 하며 많은 검사실들을 운영하기 때문에 교수님들의 여유 시간이 적습니다. 하지만 신경과의 위상, 영향력, 전 회원의 권익 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학회 활동에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신경과가 정신과와 같이 자리매김을 잘하기 위하여는 40세 이상 회원님들이 외부 활동을 통하여 신경과 발전에 기여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학회 운영에서 주 역할을 하시는 교수님들께서 학회를 위한 외부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면 신경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끝으로 회원 여러분과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홍 승 봉 배상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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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전공의/전문의 선생님들의
직무 스트레스와 직무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보고



글_최호진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신경과)



그동안 대한신경과학회에서는 부족한 신경과 전공의 정원을 확대하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다. 특히 홍승봉 이사장님께서 이사장에 취임하신 후 전공의 정원 TF 위원회가 신설되었고, 이를 통해서 전공의 정원 확대를 위한 학회의 활동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본 위원회에서는 가천의대 길병원 신동진 교수님을 위원장으로 모시고 정책 활동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고, 특히 신경과 전공의 확대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관련 연구도 다양하게 추진하였다. 신경과 전공의/전문의 선생님들의 직무 스트레스와 직무 만족도 설문조사 연구도 이러한 연구 중 하나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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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설문은 지난 7월 신경과 전공의와 전문의 대상으로 진행하였으며,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경과 전공의 선생님들과 일선 의료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경과 전문의 선생님들의 직무 스트레스와 직무 만족도 조사를 통해서 신경과 전문의 확대와 전공의 정원 증원의 필요성을 확인하고자 진행하였다. 신경과 전공의 142명, 전문의 787명 등 총 929명이 참여하였으며 근무 현황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조사와 함께 직무스트레스 조사를 위해서 안전보건공단의 “한국인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 직무 만족도 조사를 위해서 “단축형 미네소타 직무 만족도 설문”을 함께 진행하였다.

전공의의 경우 응답자 중 52.7%가 남성이었으며 응답자의 연차는 각 연차 별로 20~25% 내외로 비슷한 비율이었다. 지역은 근무 지역이 서울인 경우가 절반이 넘었다(57%). 전공의 근무 시간의 경우 전공의 특별법에도 불구하고 1주일에 90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16.9%나 되어서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주당 응급실 당직 근무 시간은 20시간 내외가 가장 많았으며 야간 당직 일수는 8~14일 범위가 가장 많았다. 또한 절반 이상의 전공의가 1주일에 1회 이상 주말 근무를 한다고 응답하였다. 이번 설문에 쓰인 “한국인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의 경우 물리 환경, 직무 요구, 직무 자율, 관계 갈등, 직무 불안정, 조직체계, 보상 부적절, 직장 문화로 구분하여 설문을 진행하고 각 영역 당 25% 단위로 직무 스트레스의 정도를 판정한다. 설문에 응답한 142명 중 122명(86%)이 직무스트레스 정도가 상위 25%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나서 전반적으로 직무 스트레스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별로 보면 직무 자율과 직무 불안정의 경우 수치가 낮았으나 물리 환경과 관계 갈등 영역이 매우 높게 나타나서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에 “단축형 미네소타 직무 만족도 설문”에서 나타난 만족도는 70점 내외로 나타나서 타 연구에서 조사된 전남대병원 전체 전공의나 간호사나 복지사들의 일반적인 만족도인 60점대 후반에 비해서 수치가 높았다. 비록 직무 스트레스는 높더라도 신경과 전공의로서의 만족도는 다소 높게 나온 것이다.

전문의의 경우는 전체 응답자의 67.7%가 남성이었으며, 연령대는 30대에서 40대가 전체 80% 가까이 차지하였다. 근무지는 전체 30% 내외가 서울 지역이었고, 임상 교원을 포함한 대학병원 재직 의사가 전체 33.9%, 봉직의가 44.1%를 차지해서 주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응답을 하였다. 근무 시간은 1주일에 40~50시간 정도 근무한다는 응답 비율이 50.1% 비율로 가장 높았다. 직무 스트레스의 경우 전문의의 경우에도 84.2%인 663명이 상위 25% 범위에 들어가서 전공의와 비슷하게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공의와 달리 물리 환경 영역이 높지 않고 직무 자율성 영역은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전문의 대부분이 종합병원에서 근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병원 측의 실적 등의 요구에 민감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관계 갈등 영역이 높은 점과 직무 불안정 영역이 낮은 점은 전공의 응답 결과와 유사하였다. “단축형 미네소타 직무 만족도 설문”에서 나타난 만족도는 전공의 응답 결과와 비슷한 70점 내외로 나타나서 전문의들 역시 다른 연구에서 조사된 타 직역이나 의사들에 비해서 비록 직무 스트레스는 높더라도 신경과 전문의로서의 만족도는 다소 높게 나타났다.

설문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신경과 전공의와 전문의 모두 매우 높은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나 아직은 다행스럽게도 직무 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상황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현재의 높은 직무 만족도도 결국은 감소할 것이며 이는 신경과 학회와 소속 회원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이번 설문을 진행하면서 여러 기타 의견도 수집하였고 다양한 의견들을 전달받았다. 지면 사정상 소개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소중한 의견들을 반영하여 신경과 전공의와 전문의 선생님들의 근무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학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의 시작에 이번 설문 연구가 마중물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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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전공의가 바라본 2020년



글_이정수 (한양대병원 신경과)


2020년 경자년을 맞이하면서 ‘흰 쥐의 해’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쥐는 전염병을 전파시키는 등 위생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의학 분야에서는 동물 실험에 널리 이용되면서 우리 의학 발전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동양에서는 십이지간의 첫 번째로서,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또한, 위기에 빠르게 대처하고 적응한다고 하여 변화와 변혁의 상징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3년차 전공의가 되면서 입원 환자 담당 업무를 마무리하고 외래진료와 검사 중심의 새로운 수련 활동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를 가지고 올해를 맞이하였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시작된 COVID-19 사태는 모두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었다. 2월 대구에서 발생한 대구경북지역의 신천지 감염을 시작으로 이태원클럽, 광복절 집회로 이어지는 일련의 대규모 감염 확산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오던 많은 일상들이 중단되거나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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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입장에서도 진료 현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비말 주의 병실에 들어갈 때만 신중하게 쓰던 마스크를 지금은 모든 의료진이 항상 쓰고 다니고 있다. 우리 병원의 경우 신경과는 COVID-19진료와 직접 관련성이 있지는 않지만 당직 체계에 따라 선별진료소나 안심진료소 진료에 참여하면서 방호복을 입어보는 경험을 주기적으로 했다. 가끔 발열 환자가 입원하면서 비상 체계가 발동하거나 의심자와 접촉하여 자가 격리하였다는 내과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COVID-19감염에 대한 위험이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가뜩이나 안면실인증(prosopagnosia) 아니냐는 놀림을 당할 정도로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곤 했는데, 치프 입장에서 평가를 해야 하는 마스크 쓴 인턴 선생님들의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한참 동안 고민을 하는 불편도 늘었다. 신경과학회에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한양대 신경과 의국 특유의 회식 문화도 올해는 잠잠할 수밖에 없었고, 술이 약해서 고생하던 입장에서는 약간의 아쉬움과 함께 월 말마다 받던 스트레스가 줄어든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올해 겪은 또 하나의 큰 사건은 젊은 의사 파업이다. 올해 초부터 COVID-19감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의료진들이 헌신적으로 일해왔고, 의사들에 대한 고마움도 언론과 방송을 통해서 여러 번 언급되고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한 의사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비롯한 여러 잘못된 의료 정책이 너무나 의아하였다. 우리는 잘못된 의료 정책을 바로잡고자 일어섰지만 늘 그래왔듯이 언론이나 여론은 환자를 볼모로 파업한다고 비난했고, 우리는 기울어진 언론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서 우리 의견을 홍보하고 주장하였다. 오죽하면 우리 젊은 의사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주지 않는 사회가 야속하기도 하였지만 공공의대 입학의 공정성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조금이나마 우리 의견들이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젊은 의사 파업에 참여하고 마무리하면서 의료 정책과 공공의료에 대해서 고민해 볼 시간을 가진 점도 개인적으로 얻은 큰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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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와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였지만, 양측 모두 인정하는 사실은 ‘필수진료과목의 의사가 부족하다’와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다’이다. 이는 신경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중증입원환자 진료에 대한 부담으로 신경과 지원을 꺼리는 후배들을 본 경험이 있다. 이번 파업 기간에 필수진료과목들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인프라나 환경의 격차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그 해결책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과거부터 의료계에서 빼놓지 않고 나왔던 얘기는 저수가 문제이다. 특히 신경과를 포함하여 생명을 다루는 필수 분야의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비급여 진료가 많은 일부 과들로 의사가 쏠리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수가를 정상화하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공의 지원이 적은 소위 ‘기피과’에 대해 ‘수가 가산제’를 적용하여 여러 처치 및 수술 의료 행위에 대해 수가를 가산해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과의 전공의 모집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또한, 현재 지방의 의사 소득은 이미 수도권보다 훨씬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수 진료과의 의사 수급 문제, 지방의 의사 수급 문제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음을 볼 때, 금전적인 보상을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방 의료 인프라의 확충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뇌졸중 부분에서 많이 진행되고 있는 endovascular recanalization therapy로 예를 들자면, 시술하는 의사뿐만 아니라 의료보조인력, angiography 장비, 시술 후의 care 위한 전문 병실(stroke unit, ICU) 등이 모두 갖춰져 있어야 한다. 또한 당직과 응급콜이 많으므로, 적정한 수의 동료 의사가 필요할 것이며, 의료사고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이를 뒷받침할 전반적인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없이 덜컥 의대생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내세우다 보니 우리 젊은 의사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2020년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잊지 못할 여러 경험을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COVID-19로 인해서 일상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었고 잘못된 의료 정책을 바로잡고자 병원 진료 현장을 벗어나 우리 주장을 외치는 경험을 하였다. 향후 신경과 영역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면서 정책적인 부분도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의사가 되기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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